女 아이스하키 골리 신소정 "AG 대승, 상상도 못했어요"

입력 2017-02-18 19:37
女 아이스하키 골리 신소정 "AG 대승, 상상도 못했어요"

"태국 보면서 과거의 우리가 떠올랐어요"



(삿포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동계아시안게임이 생각나더라고요. 우리가 이런 경기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2007년과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골리로 활약한 신소정(27)에게는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한국은 18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1차전에서 태국에 20-0(7-0 7-0 6-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

한국은 그동안 4번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통산 전적은 15전 전패.

그 15경기에서 뽑아낸 골은 모두 합쳐 4골에 불과했다. 반대로 실점은 60배가 넘는 242점이었다.

아이스하키 국제대회에선 경기 뒤 승리 팀 국가가 울리는데, 태극낭자들은 애국가를 따라부르며 역사적인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신소정에게는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다. 신소정은 2007년 창춘,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뒷문을 지켰다.

2007년 창춘 대회 당시 신소정은 고등학생이었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두 자릿수 차 대패를 일삼아 망신을 사던 한국이 이날은 비록 약체이긴 하지만 태국을 상대로 무려 20골을 기록하며 골 폭죽을 터트렸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신소정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태국을 보면서 과거 우리가 생각났다"며 "우리가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다. 이런 게임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감격에 젖어 말했다.

사실 신소정에게는 무료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날 한국의 유효슈팅 수는 108개. 반면 태국은 1개에 불과했다. 신소정은 퍽을 만질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는 "2007년과 2011년에는 상대의 퍽을 막느라 숨도 못 쉴 정도로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은 퍽이 안 왔지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다음 상대는 이번 대회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일본이다.

신소정은 "사실 오늘 경기를 느슨하게 했다가 일본전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를 보면서 일본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쉽지 않은 상대이긴 하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서 스코어 차를 줄여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소정은 "한 달 전부터 자기 전에 일본에 이기는 상상을 하면서 잔다"며 "1년 남짓 남았는데 평창에서 만날 일본을 상대로 준비를 차근차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소정은 대표팀이 신뢰하는 든든한 골리다.

그는 2013년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르 대학교에 스카우트돼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대학 1부리그에 입성했다.

지난해 졸업한 신소정은 같은 해 8월 미국여자프로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와 계약에 성공하며 국내 선수 첫 미국 프로리그에 진출하는 기록도 썼다.

신소정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간다"며 "꼭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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