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ICJ에 세르비아 인종청소 재심 청구키로

입력 2017-02-18 18:42
보스니아, ICJ에 세르비아 인종청소 재심 청구키로

세르비아계 "ICJ 항소, 보스니아 평화와 안정 위협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발생한 인종청소에 세르비아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007년 판결에 재심을 요청하기로 했다.

보스니아 3인 대통령위원회의 무슬림계 위원인 바키르 이제트베고비치는 17일 ICJ의 2007년 판결의 항소 만료일인 오는 26일 이전에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트베고비치 위원은 이날 보스니아의 이슬람계 정치인, 법률 전문가, 내전 피해자 단체 대표단과 회동한 뒤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원한다"며 세르비아의 인종 청소와 관련해 내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에 정식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ICJ는 10년 전인 2007년 2월 보스니아 내전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당시 유엔 안전지역으로 지정된 스레브레니차 마을에서 집단학살이 자행된 점이 인정되지만 국가로서의 세르비아가 직접 책임질 사안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보스니아 정부는 내전 당시 세르비아가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 주민을 집단학살하는 데 있어 정치적, 군사적으로 지원한 책임이 있다며 세르비아를 전범 혐의로 2003년 ICJ에 제소했었다.



총 10만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인 1995년 7월, 세르비아는 보스니아 동부의 스레브레니차 마을과 인근에서 무슬림 8천명을 학살했다. 이후 희생자들의 시신은 인근 80개 지역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자행된 최악의 대량 학살로 여겨진다.

세르비아 정부의 인종청소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보스니아 이슬람계 세력의 이번 계획은 3인 대통령위원회의 다른 정치 세력인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위원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터라 보스니아에 새로운 정치 불안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보스니아 대통령위원회의 세르비아 측 위원인 음라덴 이바니치는 "무슬림계의 일방적인 결정은 보스니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또, 세르비아계 국회의원들은 ICJ 항소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명하기 위해 의회 일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 역시 이번 결정을 "불쾌한 결정"이라고 부르며 이런 움직임은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양국의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보스니아는 전체 인구 약 450만 명 가운데 보스니아계가 48%, 세르비아계가 37%, 크로아티아계가 14%를 각각 차지하고 있으며,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로 이뤄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과 세르비아계 스릅스카 공화국(RS) 등 1국 2체제로 나뉘어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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