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분쟁 발생하면 韓 전자·섬유 '직격탄'
무역협회, 미·중 통상분쟁 따른 영향 분석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전자기기나 섬유업계가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19일 내놓은 '미·중 통상분쟁의 전개 방향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간 통상마찰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직 이 말을 실천하진 않았지만, 환율조작을 불법 보조금으로 간주해 해당국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간접적으로 중국을 조이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실행한다면 중국 역시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미·중 통상분쟁의 전개 방향은 미국의 제재 강도와 중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면적 통상마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자칫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 우리나라가 새우등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중 통상분쟁이 벌어진다면 4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전망했다.
우선 중국을 통한 재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수입에 벽을 쌓는다면 중국을 거쳐 미국 시장으로 가려는 한국 제품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업별로는 가공무역(다른 나라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해 가공·제조해 만든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 비중이 큰 전기기기, 섬유·의류, 피혁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한국산 수입품 중 전자기기는 65.5%, 섬유·의류는 59.6%, 피혁은 58.8%가 미국 등으로의 재수출을 위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중국 내수를 위한 수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중국 내 한국산 제품 수요도 자연스레 함께 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감소한다고 봤다.
그나마 대미 수출은 기회 요인이 있다.
한·중 수출 경합도가 높은 기계류(0.47), 전기·전자(0.51), 의료정밀광학(0.51) 등 일부 품목은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주력 품목이 다르고 전반적인 경합도가 낮아 반사이익은 제한적"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세계교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3.8%와 9.1%에 달한다.
미·중 통상분쟁 심화는 세계 교역둔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미국의 규제가 한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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