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 회견으로, 돌연사 위장한 김정남 독살 의혹 점증

입력 2017-02-18 09:19
北대사 회견으로, 돌연사 위장한 김정남 독살 의혹 점증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한밤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돌발 회견을 통해 북한이 김정남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사망을 심장마비사로 위장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

강 대사는 17일 밤(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앞에 진을 친 기자들 앞에 나타나, 자신들이 반대했던 부검을 말레이시아 측이 강행한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강 대사는 회견문 첫머리에 "말레이시아 측은 애초 북한 주민(김정남)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통보하면서, 그가 실제로 북한 인민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건 발생 당시 말레이시아 측이 사인을 심장마비로 통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김정남)가 외교관 여권을 지닌 인물이자, 영사보호 대상 인물이란 이유로 부검을 거부했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우리의 허가나 참관 없이 부검을 강행했다"면서 "우리가 참관하지 않은 일방적 부검의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대사의 이런 초강수 발언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온 김정남의 부검 결과들이 '북한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지 매체를 통해 최근 새어 나온 일부 부검 결과는 김정남이 돌연사보다는 타살, 그것도 악성 독극물에 의한 피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특히 김정남의 시신에서 어떤 외상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은 점은, 암살자들이 그의 죽음을 돌연사로 가장하기 위해 첨단 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 경찰 소식통은 "김정남의 시신 얼굴에서 염산 또는 황산을 이용한 테러 때 나타나는 강한 화상 흔적은 물론, 독침이나 주삿바늘 자국 역시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남의 부검 결과 독극물이 사용된 흔적이 드러날 경우, 북한의 암살 배후설이 한층 힘을 얻게 된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애초 김정남 사망을 단순 변사로 추정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목격자들이 전한 김정남 최후 발언 내용 등을 기반으로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따라 결국 북한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조연급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김정남을 살해하면서 심장마비사로 위장하려 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상황이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김 대사는 금명간 발표될 예정인 경찰의 부검 결과를 부정하는 막무가내식 돌발 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상 최악의 정치 스캔들에 휘말린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고, 말레이시아가 이런 '공화국의 적대세력과 야합하려 한다'는 억지 주장과 국제재판소 제소 등까지 들먹인 것은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테러가 들통날 것을 우려한 북한의 절박한 심정을 짐작케 한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