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할망과 함께' 제주서 신(神)바람 축제 열린다

입력 2017-02-19 08:00
'영등할망과 함께' 제주서 신(神)바람 축제 열린다

25일∼3월 12일 한수·귀덕·하례·건입·우도 등지서 펼쳐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 되면 바람의 신(神)인 '영등신(영등할망)'은 아득한 해원 깊은 곳 바람의 궁전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제주를 찾는다.





수많은 바람을 이끌고 구름치마를 펼친 채 제주 한림읍 귀덕리의 포구인 '복덕개' 그윽한 바다 기슭에 첫발을 디딘 영등신은 보름 동안 섬 곳곳에 깃들어 있는 형제들을 일깨우고 풍요와 평화의 씨 뿌림을 한다.

경작지에는 곡식 씨앗을, 바닷가에는 전복·우뭇가사리·미역 등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봉숭아꽃·동백꽃을 피워 봄기운을 돋운다.

제주의 1만8천에 이르는 무수한 신들과 조우한 영등신은 열닷새째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예로부터 제주의 사람들은 꽃샘추위와 함께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신을 위해 환영제와 송별제를 하며 봄을 반겼다.

이처럼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제주의 민속 제례 '영등굿'에 내재한 생명과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도내 곳곳에서 '神人同樂(신인동락)의 바람축제 영등할망 보름질(바람길) 걷기' 행사를 연다.

축제는 영등신이 제주에 들어오기 하루 전날인 25일 영등신이 들어오는 길목인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에서부터 환영의 의미를 담아 바람의 모양을 형상화한 등불을 밝히며 시작한다.



이어 영등신이 제주 섬에 첫발을 내딛는 한림읍 귀덕1리(26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3월 1일), 제주시 건입동(3월 10일), 우도(3월 12일) 등지에서 축제판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마을마다 영등할망의 얼굴 탈과 바람등(燈)을 앞세운 가지각색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풍물·그림자극·마을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주민과 관광객들을 신명 나는 축제의 장으로 이끈다.

동시에 26일에는 제주시수협 어판장에서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하는 영등 환영제, 3월 11일에는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영등 송별제가 각각 열린다.

이외에 영등굿복원사업의 하나로 3월 4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한수리에서 영등맞이굿이, 같은달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우도면 천진항에서 영등송별굿이 김윤수 큰심방(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굿 기능보유자) 주관으로 진행된다.

행렬과 굿이 펼쳐지지 않는 기간에는 바람등 만들기·짚배 만들기 등 각종 체험행사(3월 2∼5일)와 영등할망의 이야기를 그림자극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사업(3월 6∼9일)이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전수관에서 열린다.

이외에도 영등할망을 직접 맞이하고 배웅할 기회가 1박2일 역사문화생태관광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

2월 25·26일 한수·귀덕리 일대에서 영등할망 마중여행과, 3월 12·13일 우도면 일대에서 영등할망 배웅여행은 강사와 함께 마을 문화와 축제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갖는다. 참가비는 1인당 숙식 포함 6만원이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예술인 칠머리당영등굿을 재해석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통해 소중한 유산으로서의 마을,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참여를 바랐다.

영등굿은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에 찾아와 바다에 온갖 수산물의 씨를 뿌린 뒤 열닷샛날 본국으로 떠나는 바람의 신이자 바다의 여신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제주의 민속 제례다.

제주칠머리당굿은 1980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 9월에는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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