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회의서 "점거해제 찬성자 이름 공개" 위협 논란
대의원들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주장…총학은 속기록 수정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대가 시흥캠퍼스를 제2캠퍼스로 추진하며 불통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불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현재 130일 넘게 본관을 점거 중이다.
18일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보면 9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참석한 대의원이라는 한 학생은 "참관인이 점거해제안(수정안)에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지탄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명단을 대자보로 붙이겠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더는 무서워서 전학대회에 못 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전학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점거농성을 4월까지 이어간다는 내용의 투쟁계획안만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점거농성을 해제하자'는 안건이 상정되면서 투쟁계획안과 점거해제안(수정안)을 놓고 표결이 진행됐다.
전학대회가 끝나고 외부로 표결결과가 공개되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점거계속안과 점거해제안을 두고 벌인 첫 투표에서는 점거를 해제하는 쪽이 48표를 얻었는데, 어느 안도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점거해제안만 놓고 벌어진 재투표에서는 점거해제를 찬성한 표가 35표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장 출입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의 중 대의원 수에 변동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같은 회의에서 동일한 내용의 안건에 찬성한 사람이 갑작스레 1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이날 전학대회에는 100명 안팎이 참여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인 '서울대 대나무숲'에도 전학대회에서 점거농성에 찬성하는 쪽의 지나친 발언이 있었다는 주장이 연이어 올라왔다.
대의원이라는 한 학생은 "이견안(점거해제안)에 찬성한 대의원들에 대해 기명대자보를 작성하겠다고 협박과 위협을 가하는 참관인의 모습은 아연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도 대의원이라면서 "몇몇 대의원과 참관인들이 점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민주적 절차와 회칙을 준수하고 나온 의견을 무시한 발언이라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된 이후 점거농성에 찬성하는 쪽인 총학생회가 보인 행동은 '불통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누라이프에 글을 남긴 대의원은 점거해제에 찬성한 대의원들의 이름을 대자보로 공개하겠다는 참관인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16일 "시흥캠퍼스 대응전략과 관련된 부분은 보안을 위해 블라인드 처리한다"며 홈페이지에 올라온 속기록을 수정, 현재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려면 총학생회에 따로 메일을 보내 원본을 받아야 한다.
'대중공개용'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정 속기록에는 점거해제와 관련해 표결결과만 담겨 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