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 뇌물' STX 사건, '최순실 특혜' 삼성과 닮은 꼴?
"부정 청탁, 상호 묵시적·양해하에 이뤄져도 제3자 뇌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제3자 뇌물제공 혐의 적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과 박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 전반을 둘러싼 의심스런 거래가 있었다는 특검의 '큰 그림'에서 일단 한쪽 퍼즐은 맞춰진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법원에서 내려진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STX 뇌물' 사건이 이번 제3자 뇌물 논리와 유사하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천대엽 부장판사)는 이달 2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정 전 총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 전 총장이 해군참모총장 시절 옛 STX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아들이 주주로 있는 요트 회사에 7억7천만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게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국정농단 의혹과 대비하면, 정 전 총장은 박 대통령, 정 전 총장의 아들은 최순실씨나 그 딸 정유라씨, 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해당하고, 후원금을 준 STX 그룹은 삼성과 맞물린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과 방위산업체인 STX그룹 측이 상호 묵시적으로, 양해하에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제3자 뇌물제공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행해질 수 있고, 공무원이 부정 청탁에 따라 부정한 행위를 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대가 관계의 연결이 묵시적으로 행해진 경우, 대가의 내용, 액수나 교부 방법 등이 청탁 당시부터 명확히 특정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 사건에서도 STX측이 '어떤 일을 도와달라'로 구체적으로 청탁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STX는 해군 함정 획득 사업 등 현안이 있었고, 정 전 총장은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STX측이 이례적으로 정 전 총장 아들이 주주인 회사에 거액을 후원한 건 상호 '직무 관련 청탁'에 대한 의사의 합치나 양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도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권 승계 전반을 두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큰 범위에서 '암묵적인 주고받기'를 한 것 아닌지 의심한다.
다만 재판부는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한 부정 청탁이 있다고 인정하려면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의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막연히 선처해줄 거란 기대'로 제3자에게 금품을 준 경우도 역시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한 부정 청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직무 내용, 공무원과 직무 관련자 또는 제3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어쨌건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뇌물이나 제3자 뇌물 혐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삼성과 특검 측은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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