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면허시험 때문에 교통사고 증가?…근거 약해"

입력 2017-02-18 08:10
"쉬운 면허시험 때문에 교통사고 증가?…근거 약해"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초보운전자 사고 오히려 감소"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쉬운 운전면허 시험 때문에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정부가 교통사고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을 어렵게 한 가운데 경기연구원(GRI)의 한 연구위원이 이를 반박, 눈길을 끈다.



경기연구원 박경철 휴먼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GRI현안브리프'에서 운전면허 시험제도 강화 논란을 다뤘다.

18일 이 내용을 보면 정부는 2011년 6월 그동안 장내기능시험에 포함됐던 S코스, 평행주차, T코스 등의 시험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운전장치 조작만 평가하는 내용으로 운전면허시험 제도를 간소화했다.

이후 '물면허'라는 지적이 나오고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해 가는 경우까지 증가하면서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장내기능시험에 그동안 '악명'(?) 높았던 T코스와 경사로 코스 운행 과정을 추가하는 등 운전면허시험을 어렵게 바꾸면서 합격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일부에서는 학원비 증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운전면허 시험을 간소화하기 전인 2010년 22만6천여건이던 국내 교통사고가 시험 간소화 이후인 2015년 23만2천여건으로 0.5% 증가했지만, 운전면허취득 1년 미만의 초보운전자교통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1만건에서 9천건으로 오히려 3.7%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연간 전체 교통사고에서 초보운전자들이 차지하는 사고 비율도 2010년 4.8%, 2011년 4.6%, 2013년 3.7% 등 매년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적성검사와 안전교육 이수, 학과시험 통과 시 연습면허를 주는 대다수 나라와 달리 장내기능시험이 있는 일본과 한국이 오히려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따라서 "교통사고 증가와 운전면허제도 사이의 명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교통안전을 위해 운전면허제도를 개선한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면허학원의 정해진 공간에서 운전기능을 향상하기보다 실제 주행 과정에서 운전기능을 높이는 것이 사고 감소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며 외국 사례를 참고로 도로주행시험을 개선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운전면허 제도 변경 기회가 생기면 (면허학원 등)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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