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조재윤 "고구마요? 마지막엔 사이다 폭탄 드릴게요"

입력 2017-02-19 11:30
수정 2017-02-19 12:27
'피고인' 조재윤 "고구마요? 마지막엔 사이다 폭탄 드릴게요"

"영화 '프리즌'도 죄수역 장흥교도소서 촬영…구석구석 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우리 드라마 '고구마' 같단 얘기 저도 들었죠. 그런데 앞으로 얘깃거리가 정말 많아요. 초반에 궁금증이 응축된 만큼 마지막엔 '초호화 폭탄 사이다'를 드릴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SBS TV 수목극 '피고인'에서 교도소 내 박정우(지성 분)의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쏭달쏭한 신철식을 연기하는 배우 조재윤(44)은 자신에 차 있었다.

'피고인'이 고구마만 연이어 먹듯이 답답함만 주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건 사실 조재윤, 아니 신철식의 탓도 상당 부분 있다. 가족을 살해한 누명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박정우를 곤란에 빠뜨렸다가, 때로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등 얄미울 정도로 쥐락펴락하는 덕분이다.

조재윤은 19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폭력 조직의 2인자인 신철식은 두목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왔는데 무죄를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은 박정우뿐이라 당연히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반부 얄미운 모습을 보였어도 결국 아군일 수밖에 없단 얘기다.

그는 "감옥 안에서 정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스토리를 받쳐줄 수 있는 인물이 신철식이기 때문에 완급조절이 필요했다"며 "때로는 얍삽하게 굴고 때로는 결정적으로 도와주면서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에 연기의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조재윤은 지성과의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초반에는 적인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운명공동체'가 되는 모습도 서로의 감정선을 정확히 이해하고 호흡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박정우와 신철식 간 관계의 개연성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앞으로 그런 부분이 설명되기 때문에 톱니바퀴가 맞춰질 것"이라며 "지성씨와 상의해서 만들어내는 장면이 있고 제가 고민해 감독한테 말씀드려 대본이 수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 연출가 출신인 조재윤은 장면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애드리브 역시 즉흥적이지 않고 치밀한 고민 끝에 나온다.

조재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 장면으로 교도관 3명이 신철식의 방 안에서 (박정우에게 결정적인 힌트가 될) 글자들을 보지 못 했느냐고 물었을 때 "본 건 똥파리 세 마리밖에 없다. 위잉 위잉 위잉∼"하고 비꼬는 모습을 꼽았다.

또 박정우에게 "또 필요한 것 있으면 얘기하라"고 말할 때 사극 톤으로 한 것은 과거 박정우에게 당했던 신철식이 그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박정우와 신철식이 서로 독방에 갇혀 나눈 대화를 꼽았다. 원래 대본에는 서로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지성과 논의 끝에 다급한 정우가 서서 끊임없이 묻고, 급할 것 없는 철식은 배식구를 열고 얄밉게 답하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한다.

이렇게 매 장면을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조재윤은 "제가 배우 전공이 아니다 보니 발음과 톤이 좋지 않아 그저 동물적 감각으로 조금씩 만들어왔다"라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제 목표는 무조건 주인공을 받쳐주자는 것이다. '혼자 살아야지'가 아니라,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재윤은 '다작(多作) 배우'다. 올해도 연초부터 영화 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보이스' 등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비치고 있다. 그런데 전부 다른 얼굴이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신스틸러'(훌륭한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조연)란 별명을 얻으니 그야말로 연기자다.

특히 다음 달 개봉할 '프리즌'은 '피고인'과 똑같이 장흥교도소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물론 배역은 신철식과 달리 익살스러움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조재윤은 "제가 너무 자주 감옥에 가는 것 같다"며 "트위터에도 팬분들이 '죄수 전문 배우'라고 글을 올려서 같이 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리즌' 촬영이 먼저 이뤄졌는데 처음에 장흥교도소에 갔을 때는 정말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죄지으면 안 되겠구나, 와선 안 될 곳이다'란 생각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번이나 거기서 촬영하다 보니 '피고인'을 찍을 때쯤엔 교도소가 좀 편해졌다"며 "구석구석을 아니까 감독한테 어디서 찍으면 어떤 느낌이 살아난다고 먼저 알려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재윤은 '프리즌' 외에 '비정규직 특수요원', '시간 위의 집' 개봉을 앞두고 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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