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호받던 김정남 피살로 '對北 지렛대' 中권위 약화"

입력 2017-02-17 11:58
"中 보호받던 김정남 피살로 '對北 지렛대' 中권위 약화"

공작 확인 땐 '북한 평화적 변모' 中주장 설득력 잃어

"김정은 명령이라면 北 어떤 대가 치러도 체제 수호한다는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은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국제적 권위를 약화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보호 아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이 백주에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되고 그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을 움직일 지렛대로 여겨지던 중국의 권위가 타격을 입으리라는 것이다.

김정남은 2000년부터 중국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중국 베이징(北京)과 마카오와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방문할 때는 중국이 경호팀을 보내 유사시에 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입장에서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건재했을 때는 인질 성격이었고,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는 북한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최고 지도자로 옹립할 수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카네기-칭화 센터의 외교 전문가인 자오 퉁 박사는 만약 이번 암살이 김 위원장의 지령에 따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중국의 권위에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오 퉁 박사는 "만약 이번 암살이 북한이 명령한 것이라면 김정은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권을 수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중국이 '북한이 평화적으로 현대적 사회로 변모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와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지난 12일 탄도미사일 발사,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비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등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여러 상황 가운데서 이번 암살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최악의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고문을 지낸 폴 헤인리도 "김정남 암살은 최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보다 중국에 훨씬 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김일성 일가 중 북한이 개방과 경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중국의 견해에 동의한 유일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FT는 덧붙였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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