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김정남 피살 패러디 봇물…'史記 김정남편'도 등장
웨이보 이슈방 조회수 1억건 육박…패러디·댓글·사진·영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중국 네티즌 사이에 암살 사주로 북한을 지목한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정은 암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당국의 신중하고 회피하는 태도와 달리 중국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뉴스 영상과 함께 댓글 평론, 합성사진, 패러디 글 등을 쏟아내며 엄청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개설된 '김정남 살해'라는 주제의 별도 이슈방에는 이날 현재 9천207만8천건의 조회수에 댓글만 3만1천여개가 달렸다. 팔로워도 1만7천명에 이르렀다.
이중에서도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에 제후들의 역사를 담은 세가(世家)편을 패러디한 '사기 김정남 세가'가 단연 인기다. 이 글은 김정남을 고려왕조의 세자로 김태조(김일성)의 장손이자 태종(김정일)의 장자로 칭하면서 김정남의 일대기를 고문체로 적었다.
"정남은 어려서 유럽을 돌며 모스크바,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고려 개혁과 부민강국의 뜻을 세웠고 태종 13년에 귀국하자 태종이 기뻐해 인민군 대장군에 봉해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김정남의 삶을 "제왕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장대한 뜻을 품었다가 중년에 뜻을 잃고 46세의 나이로 영웅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평했다. 담백하게 태어나 늙어선 강호에 묻혀사는 것이 인간사 행복이라는 교훈을 남겼다고도 했다.
웨이보엔 또 '북한 사람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거주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 여성과 미얀마 출신의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에게 살해된 것이라면 가족들은 어디에서 민사소송을 걸어야 할까'라는 퀴즈도 나왔다. 객관식으로 북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마카오, 미얀마, 인도네시아 6개 답안을 예시했다.
"김정남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돈을 입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이스피싱 패러디 글도 있었다. "나는 김정은의 형 김정남인데 현재 모두가 내가 살해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내 은행계좌에 5천위안만 입금하면 앞으로 군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당신을 조선의 3군 대장군에 봉하겠다"고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지적하며 향후 북한 문제의 전개 방향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자기 형도 독살하고 고모부도 총살 처형하는 사람이 입을 열면 인민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조선 문제는 중국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병풍으로 삼으려다가 10여년이 지난 뒤 호랑이를 키워 우환을 만든 셈이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대국간 힘겨루기와 소국의 야심은 악순환을 형성하기 마련인데 세계대전의 전조가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제국의 왕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드 대공의 사라예보 암살이 1차 세계대전을 초래했듯 100여년이 지나 '힘잃은 왕자'의 적막한 죽음이 세계에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하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네티즌은 "(비리부패로 처벌된) 저우융캉(周永康)의 가장 큰 죄는 김정은에게 김정남 대안론과 관련한 기밀을 누설해 장성택과 친중파 인맥을 숙청하게 만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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