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제가 아니다"

입력 2017-02-17 07:41
"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제가 아니다"

'헌법의 상상력'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주자마다 개헌에 대한 생각을 내놓고 있어 개헌은 차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년 단임제냐 4년 중임제를 중심으로 의원내각제, 책임총리제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역사연구가 심용환씨는 "대통령제를 어떻게 뜯어고칠 것인가는 참으로 의미 없는 논쟁일지 모른다"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개헌 논의는 기본권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권리를 신장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용환씨는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펴냄)은 우리 헌법이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헌법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되새긴다.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 칠레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이 발전해 온 과정을 소개하며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헌법의 현황을 함께 살핀다.

민주 헌법의 원형으로 불리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 히틀러와 나치의 출현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와 이승만이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의 방식으로 제헌헌법을 바꿔가며 권력을 연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슷하다. 모두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일천했고 모두가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칠레의 군부독재자 피노체트가 만든 헌법과 박정희 시대 유신헌법을 비교하면서는 장기독재가 어떻게 시민의 자치역량과 사회경제적 권리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억압은 시민이 누려야 하는 많은 권리들을 마비시키고 망각시켰고 이제 개헌 논의는 그런 권리들을 되살려야 하는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저자는 "역사를 이해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이상과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도 있다"면서 "정치인들의 정략적 개헌 논의가 아닌 우리 안에서 우리 스스로의 헌법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352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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