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증액 압박에 도전받는 유럽

입력 2017-02-16 17:28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증액 압박에 도전받는 유럽

경기불황에 '극우 득세' 정치상황 맞물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증액 요구로 빈약한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유럽에 격변이 일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새로 취임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온대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라. 그렇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따라 많은 유럽인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방위비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가 유사시 유럽을 돕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예측불가능한 미국 정부에 안보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 역시 두려운 일이라고 여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압박은 유럽에는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유럽 상당수 국가는 경제, 정치적 여건상 당장 나토 방위비 분담을 늘리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올해 선거를 치르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국제 협력에 의문을 품는 반(反)기득권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인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는 이달 들어 "우리 것이 아닌 전쟁에 끌려가지 않도록 나토 통합 사령부에서 프랑스가 빠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이나,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나토 잔류를 바라긴 하지만,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원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데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각 회원국 국민 입장에서도 수년째 경기 침체를 겪으며 정부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만큼, 국방비가 우선순위는 아니다.

당장 방위비가 나토 요구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스페인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42.9%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고, 이탈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마 유럽에서 경제 상황이 제일 나은 편인 데다, 사실상 미국의 주 표적인 독일도 방위비 증액은 쉽지 않은 문제다.

독일 지도부는 2024년까지 나토의 지침에 도달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관계자 대다수는 이를 위해 매년 360억달러(약 41조615억원)를 증액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

게다가 세계 2차대전 전범 국가인 독일은 군 문제에 몹시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독일 군 고위 지도부는 변화가 불가피하며, 우방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도 급감하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한 독일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파트너로서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11월에는 59%가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이번 달에는 22% 만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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