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시장 주시" 언급에 원/엔 환율 1,000원대 상승
"원/엔 환율, 어떤 대책 가능한지 보겠다" 발언에 반등
원/달러 환율 0.7원 내린 1,141.5원 마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원/엔 환율이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100엔당 1,000원대로 올라섰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1,001.97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2.89원 올랐다.
원/엔 환율 하락은 원화가 엔화 대비 약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원화와 엔화는 직거래 시장이 없어서 달러화 대비 가격을 비교한 재정환율로 상대적 가치를 매긴다.
전날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떨어지며 작년 2월 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자 유일호 부총리는 이날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원/엔 재정환율을) 살펴보면서 어떤 대책이 가능한지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 발언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원/엔 환율도 1,000원대로 올라섰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등으로 최근 외환당국이 계속해서 말을 아끼고 있었다"며 "변동성 관리 차원의 구두 개입도 없었는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며 장중 원/달러 환율이 반등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9.2원 내린 1,133.0원으로 출발했으나 계속해서 낙폭을 줄여 장중 한때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7원 하락한 1,141.5원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외환당국(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전날 아시아의 환율조작국은 중국·일본이 아니라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라고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것처럼 기사를 썼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대미 경상수지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분기까지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 재무부는 4월에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달러화 약세 기조가 여전하므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130원∼1,15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이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분기로 넘어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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