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김정남 암살단' 실체…"변장·황당주장"에도 北배후설

입력 2017-02-16 16:28
드러나는 '김정남 암살단' 실체…"변장·황당주장"에도 北배후설

말레이경찰, 용의자 6명 중 3명 체포…신분 세탁 후 범행 가능성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면서 암살단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이 일부 용의자만 체포한 상태라 정확한 사건의 전모를 알 순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을 볼 때 북한이 암살의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 선상에 올려놓은 암살 가담자는 모두 6명으로 남자 4명, 여성 2명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 독살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은 모두 체포됐다.

가장 먼저 체포된 여성은 베트남 남딘 출신의 29세 '도안 티 흐엉'이라고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갖고 있었다. 두 번째 여성은 인도네시아 세랑 출신의 25세 '시티 아이샤'로 적힌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했다.

남성 용의자 중에 잡힌 사람은 1명으로 말레이시아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한 여성 용의자의 남자친구로 알려진다.

이날 붙잡힌 남성이 말레이 경찰이 쫓고 있던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1명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말레이 경찰은 북한으로 의심되는 '한 국가'에 고용된 용의자들이 공동 모의해 암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은 경찰에 남성 4명 가운데 베트남 국적과 북한계가 있다고 진술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금까지 잡힌 용의자 가운데 북한 국적자는 없지만 여성들이 소지한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사실 동남아 국가들에선 위조여권들이 흔하다. 여권 위조도 어렵지 않지만, 공항 입출국 검색 과정에서도 그다지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남한을 상대로 공작을 벌이면서 공작원들의 신분 세탁을 한 전례가 있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고의 범인인 김현희는 일본인 '마유미'로 위장했다.



제일 먼저 잡힌 '베트남 여권' 여성의 행동과 경찰 진술도 '수상한' 냄새를 풍긴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 여성이 김정남 피살 사건이 있었던 후 투숙 호텔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 등 변장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은 경찰에서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은 여성 친구 1명과 말레이시아 여행의 동행 남성 4명으로부터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상대가 김정남인지도 알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난인 줄 알고 가담했다'는 주장을 했지만 범행 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듯 변장을 시도한 정황이 나오면서 여성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과거 북한 김정은 정권이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북한 공작원들이 이번 암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한다.2012년 초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김정남을 향한 북한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 김정남은 같은 해 4월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줄 것으로 부탁하는 편지까지 보냈다.

한국 국정원은 김정남 암살을 북한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에 따라 정찰총국 등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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