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오단체 1천 개 육박…"트럼프 등장에 급진우익 활성화"(종합)

입력 2017-02-16 13:52
수정 2017-02-16 15:22
美증오단체 1천 개 육박…"트럼프 등장에 급진우익 활성화"(종합)

사법기관 관계자들 "극우 테러가 극단이슬람 테러보다 심각한 위협"

美 매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만 초점 맞추면 반테러 전선에 허점 생겨"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 반이슬람 증오단체를 비롯해 반성소수자, 반 흑인 등 각종 증오단체와 신나치 등 극단주의 조직 수가 2년째 증가 추세를 이어가면서 1천 개 가까이로 늘었다고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밝혔다. 또 백인 국수주의 부활에 따라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증오 범죄도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SPLC는 15일(현지시간) 자신들이 발행하는 계간 '정보 보고' 2017년 봄 호를 통해 미 전국의 증오단체 이름과 유형, 본거지를 보여주는 '증오 지도'를 곁들여 이같이 밝히고, 그중에서도 반이슬람 증오단체가 2015년 34개에서 지난해 101개로 급증,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증오단체의 급증에는, 이슬람권 7개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수 시간 만에 일어난 텍사스 빅토리아의 이슬람 사원 방화 사건을 비롯해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범죄의 급증이 동반하고 있다고 SPLC는 말했다.

SPLC는 연방수사국(FBI)의 통계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시작한 지난 2015년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증오 범죄가 67% 급증한 사실도 지적했다.

SPLC는 지난해 활동 중인 증오단체를 2015년에 비해 25개 늘어난 917개로 집계했다. 이는 미 역사상 최대 숫자를 기록한 2011년에 비해선 101개 적은 것이다.

"2016년은 미국이 그동안 인종 문제에서 이룬 진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백인 국수주의가 부활하고 이들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여러 면에서 증오에 유례없이 좋은 해였다"고 SPLC 선임 연구원 마크 포톡은 말했다.

미국에서 반 이슬람 증오는 지난해 6월 49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 대한 공격을 비롯한 테러 공격에 대한 분노로 인해 확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교도 미국 입국 금지 공약을 비롯한 선동적인 반 이슬람 언사들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SPLC는 말했다.

SPLC는 "본질에서 미국이 백인의 나라라고 여기는 급진 극우 세력이 트럼프의 대선 출마에 열광하고 그를 자신들의 구상을 현실로 이뤄질 투사로 간주했다"면서 " 지난해 등장한 몇몇 새로운 집단은 순전히 트럼프와 그의 출마에 기댄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극단주의자들이 증오단체들에 정식 가입하기보다는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 조직화한 증오 수위는 증오단체 숫자로 드러나는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SPLC는 추정했다.

증오단체들이 증가세인 것과 대조적으로, 연방정부를 적으로 규정해 무장저항도 감행하는 "애국자" 단체들은 2015년 998개에서 지난해 623개로 38% 급감했다. "애국자" 운동은 지난 수십 년간 '큰 정부'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행정부 때 늘어났다가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는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는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는 이날 SPLC와 뉴 아메리카연구소의 증오단체와 반 연방정부 단체들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대선 공약대로 테러와의 싸움 범위를 좁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만 겨냥할 경우 반테러 전선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우익, 반 연방정부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뉴 아메리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11테러 공격 이래 미국 내에서 반 연방정부 극우 단체들의 테러 공격 사망자 수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 사망자 수에 버금갈 정도다. 지난해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49명이 숨지기 전까진 극우 테러 공격 사망자가 이슬람 성전주의 테러 공격 사망자보다 많았다.

2015년 연방, 주, 지방정부의 사법기관 관계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이들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정치폭력 위협"으로 급진화된 이슬람교도들보다 극우 반 연방정부 급진주의자들을 꼽았다.

포린 폴리시는 국토안보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09년 "우익 극단주의"에 대한 보고서를 보수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발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익 극단주의 문제에 대한 분석관 인력과 예산, 정보 공유를 감축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전부터 이미 우익 극단주의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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