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운명의 밤' 맞는 이재용…삼성 "달라진 게 없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들어섰다. 한달 전인 지난달 18일과 같은 코스, 같은 모습이다.
영장심사가 종료되면 서울구치소에서 다시 다음날 새벽까지 법원의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릴 상황에 놓였다.
삼성 구성원의 시선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온통 심사 결과에 쏠려 있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느냐, 구속되느냐에 따라 회사 운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3년째 와병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은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항해를 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기업 인수나 갤럭시노트7의 단종과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사령탑의 부재 속에 일상적인 기업활동만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작년 10월에도 최순실 씨 측이 스웨덴 명마 블라디미르 등을 구매하는 데 몰래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이 부회장의 '영장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하지만 삼성은 최 씨 측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며 해당 혐의를 부인한다.
나머지는 1차 영장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가로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과정에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뇌물 사건 얼개는 그대로다.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새로운 죄명이 추가됐지만, 승마 지원과 관련한 용역계약 체결이나 말 구입비의 송금 행위에 죄명만 덧씌운 것에 불과하다는 게 삼성 측 시각이다.
삼성은 특검의 영장 내용이 1차 때와 큰 틀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법원이 '재벌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게 부담스러워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어젯밤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사자인 이재용 부회장도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라며 "법원이 오직 법리와 증거만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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