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불안해서 타겠나"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최근 부산지하철 1호선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는 4월 1호선 다대구간(신평역∼다대포해수욕장역, 7.98㎞)이 추가 개통할 예정인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지하철 1호선에서 무려 6건의 사고가 있었다.
5일 오후 5시께 다대포해수욕장역에서 시운전 중이던 전동차가 선로 옆에 설치한 철제 계단과 측면 충돌했다.
기관사가 타고 내릴 때 이용하는 계단을 선로 쪽으로 비스듬하게 설치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8일 오전 10시 40분께는 1호선 자갈치역에서 노포행 전동차 4호 객실 출입문이 고장 나면서 18분가량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어 11일 오전 8시 7분께와 같은 날 오전 10시 37분께 1호선 구서역과 부산대역에서 전동차 출입문이 닫히지 않았거나 닫혔는데도 기관실 전광판에 열린 것으로 나타나 3∼4분가량 꼼짝하지 못했다.
이 전동차들은 모두 다대구간 개통에 앞서 도입한 신형이다.
노조는 이 신형 전동차들이 시험운행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9월 사측에 이미 출입문 고장 우려를 제기하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교통공사가 다대구간 개통 일정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시험운행과 시운전을 강행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더 큰 사고는 지난 12일 발생했다. 1호선 신평 방면 당리역 320m 앞에서 대형 환풍기가 선로 쪽으로 내려앉는 바람에 시속 50㎞로 운행하던 전동차와 충돌했다.
이 때문에 기관실과 객실 2개의 창문 10여 장이 깨졌고 파편이 전동차 내부로 들이쳐 승객 2명이 부상했다.
또 전동차가 지하 터널에서 멈춘 탓에 승객 150여 명이 캄캄한 선로를 걸어 대피해야 했다. 이 과정에 노인 1명이 넘어져 손과 무릎을 다쳤다.
사고 당일 새벽 환풍기를 교체하면서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오후 3시 45분께는 1호선 대티역∼신평역 6개 역에서 순간 정전이 일어났다.
다대구간 개통을 앞두고 신평역 변전소의 용량을 키우는 공사를 한 뒤 시험 가동하다가 과전압이 생겨 1분여 전기 공급이 끊긴 것이다. 당시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처럼 잇따라 발생한 사고를 언론 보도가 나올 때까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사고는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교통공사가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전동차와 환풍기가 충돌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경미한 일이라 홍보실에도 사고 내용이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최근 전동차 무인운전 확대, 민간 위탁, 인력 1천여 명 감축 등을 통해 재정난을 해소하는 '재창조 프로젝트' 구상을 밝히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그러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매일 지하철 1호선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45)씨는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안전이 최우선인데 이렇게 자주 사고가 발생하면 불안해서 타겠냐"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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