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사망에도 평양은 딴세상…"시체와 얼음축제 역설"
(서울= 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그렇지만 정작 김정은 정권의 '심장부' 평양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평양에 특파원을 두고 있는 AFP통신은 '싸늘해진 시체와 얼음축제'라는 제목의 15일자 기사에서 역설적인 평양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김정일의 생일, 광명성절(2월 16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 곳곳에서는 이벤트가 열렸다.
두 아들의 '핏빛 악연' 속에서 아버지 김정일 기념행사가 진행된 셈이다.
정상급 해외 선수들을 초청한 '백두산상국제피겨축전'도 그중 하나.
AFP 기자가 찾은 아이스링크장엔 인자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김정일과 김일성 초상화가 내걸렸다.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중앙당을 지키내자', '김정일을 영원한 태양으로 받들자'라는 플래카드도 아이스링크장을 장식했다. 다른 한 켠에서는 '평화', '자주', '우애'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 관영 매체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전혀 다루지 않았고, 아이스링크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람객 역시 눈치채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피겨선수 브라이언 쥬베르는 "매우 흥미롭다"면서 "많은 얘기를 듣고 있지만 나는 단지 나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갈라 콘서트를 보러 온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짙은 색 복장의 관객 3천여명이 관람석을 가득 채웠고, 화사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첩보영화 '007'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에 맞춰 아이스쇼가 시작됐고, 한 피겨스케이트 선수는 주인공 제임스본드 특유의 '권총 제스쳐'를 취했다.
김정남 피살 소식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음울한 역설'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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