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피고인' PD도 알고보니 쌍둥이…"현실감 백배"(종합)
8회서 서울 시청률 25% 돌파 덕에 광고·VOD 판매도 '굿'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사실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은 달라도 뭐가 확실히 다르다.
쌍둥이를 소재로 한 화제의 드라마 SBS TV '피고인'의 연출자가 실제로 쌍둥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16일 SBS에 따르면, '피고인'의 조영광 PD는 실제 쌍둥이 형제를 두고 있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연출자가 쌍둥이인 덕에 더욱 사실적인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며 "긴장감과 현실감이 백배"라고 강조했다.
7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지난 14일 8회에서는 서울 지역 시청률이 25%를 넘어서는 등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피고인'은 재벌 2세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라 겉으로는 전혀 구분이 안되지만 성향과 능력, 취향과 약점 등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차선호-차민호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영 일선에 나선 반듯한 차선호와 달리, 동생 차민호는 허랑방탕 사고뭉치에 사악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급기야 차민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해 형 차선호를 죽인 뒤 마치 자기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처리하고는 형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긴 것만 같을 뿐, 살아온 인생이나 만나온 사람, 경험치와 버릇, 습관이 다른 차선호 행세를 하면서 차민호는 곳곳에서 벽에 부딪힌다. 결정적으로 쌍둥이도 지문은 다르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차민호가 형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결국 그 내연녀까지 살해하고 마는 내용이 그려졌다.
'피고인'은 쌍둥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세세하게 표현해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차선호-차민호 형제의 1인2역을 맡은 엄기준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이야기의 흡인력이 강해진다.
흥미로운 것은 조영광 PD가 앞서도 쌍둥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에는 권상우가 1인2역을 한 '야왕'을 연출했다. 권상우는 '야왕'에서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헤어진 쌍둥이 형제의 1인2역을 맡았다. 동생은 호스트바를 벗어나지 못하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그의 쌍둥이 형은 좋은 집안 출신의 변호사다.
조 PD는 또 2015년에는 '하이드 지킬, 나'를 연출했다. 쌍둥이와는 다르지만 현빈이 이중인격의 소유자를 맡아 1인2역을 했다. 현빈은 차갑고 까다로운 재벌남 구서진과 다정다감한 로빈의 두 얼굴을 가진 인물로 나왔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쌍둥이라는 장치는 비밀을 많이 만들어낸다"며 "쌍둥이라고 똑같은 캐릭터로 나오면 재미가 없고, 상반된 캐릭터로 설정이 돼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피고인'이 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출자가 누구보다 쌍둥이의 특성을 잘 알기에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은 타이틀 롤을 맡은 지성의 명연기를 중심으로 배우들의 고른 호연과 탄탄한 대본·연출이 어우러져, 비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8회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27.4%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인기와 작품에 대한 호평으로 광고 판매도 호조를 띠기 시작했고,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이 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야기 구성에 기존 드라마와 다른 새로움이 있고, 굉장히 몰입감이 강하다"며 "여기에 지성의 연기가 받쳐주니까 훨씬 더 힘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답답해 '고구마'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김 본부장은 "드라마의 완성도가 전개 속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개가 빠르다고 좋은 드라마는 아니다"라며 "시청률이 말해주듯, 이야기가 얼마나 탄탄하냐가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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