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 북한-말레이시아 외교갈등으로 번지나

입력 2017-02-15 17:34
김정남 암살사건, 북한-말레이시아 외교갈등으로 번지나

北, 김정남 부검전 시신 인도요구에 말레이 "부검 먼저"

김정남 살해 北소행 확인땐 동남아에서 외교고립 심화 전망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보다 13년 늦은 1973년 6월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양국은 상호 무비자 협정을 맺을 정도로 비교적 관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김정남 암살을 북한 공작원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 말레이시아가 자국 주권을 침해한 범죄 행위로 판단, 북한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북한의 전통 우방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에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와도 소원해지면 동남아시아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 북한대사관이 서둘러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현지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내세워 거절하면서 양측 사이에 이미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여러 정황상 북한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북한과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진상 규명을 외면할 수 없는 말레이시아가 이번 사건을 놓고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일 수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15일 김정남 시신의 부검이 이뤄진 쿠알라룸푸르 병원(HKL)을 직접 방문한 것은 북한이 이번 사건의 파장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으로서는 말레이시아가 중립적 외교활동 무대이기도 한데 이를 잃을 수도 있다.

작년 10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4명이 참석한 비공식 대화가 열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 논의하며 북미 공식 대화의 기회를 모색했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테러 행위로 결론 나면 외교적 대응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어느 정도 수위의 대응을 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양국 관계 균열까지 더해지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meolakim@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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