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 '3.1절'날 입학식 하는 까닭은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이 설립 목표
(횡성=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3.1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의 정신이다'
명문 자율형 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 제22기 입학식이 개교기념일이자 삼일절인 오는 3월 1일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다.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을 설립 목표로 하는 민사고는 1996년 3월 1일 개교한 이래 매년 3.1절 날 입학식을 하고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겨왔다.
민사고 입학식은 태극기와 민사고 깃발을 든 기수단과 사물놀이 동아리가 내빈과 선생님들을 길잡이해 본관인 충무관에서 행사가 열리는 체육관에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대취타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입학생들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학생들은 모두 교복인 한복 차림이다. 한복 중에서도 평상시 입는 생활복이 아닌, 한복 예복 정장에 두루마기를 갖춰 입어 의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번의 북소리로 개회를 선언하는 '고축삼성'에 이어지는 국기에 경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애국가 제창 등 국민의례는 여느 학교 입학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애국가는 4절까지 이어진다. 가사를 띄워주는 자막도 없다. 그래도 선배들은 물론이고 신입생들도 대부분 가사를 외어 부른다.
이미 매주 열리는 애국조회 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면접시험 등에 대비해 대부분 4절까지 가사를 외고 있기 때문.
민족 주체성 교육을 통해 미래의 대한민국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건학 목표와 '일신의 출세나 영달을 위해 공부하지 않는다'는 색다른 교훈을 선배들과 함께 제창하는 시간은 비장감을 느끼게 한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순서는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애국정신을 가슴속 깊이 새기는 시간으로, 입학식의 하이라이트다.
공휴일인 3.1절 날 입학식을 하는 까닭을 짐작케 한다.
낭독을 듣는 신입생들은 엄숙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민족 주체성 교육을 강조하는 '특별한 학교'에 입학했음을 피부로 느낀다.
'빛의 행진'이라고도 불리는 촛불의식도 특별하다. 입학생들은 모두 촛대에 초를 들고 교사로부터 불을 받아 옆 사람에게 전달해 결국 모든 학생이 불이 켜진 초를 든다.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게 하는 초처럼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라"는 교장의 훈화에 이어 한 명씩 단상 앞으로 나와 전시대에 초를 올려놓는 모습은 '빛의 행진'을 연상시킨다.
민사고 정문 좌·우측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순신 장군과 정약용 선생을 정신적 사표로 삼아 학생들이 그분들의 위대한 얼과 사상을 계승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최명재 민사고 설립자는 개교 10주년을 앞두고 한 언론에서 "개교 날짜를 굳이 3.1절로 잡은 이유는 3.1 독립만세운동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자주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 역사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민족사관고 입학식은 3월 1일이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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