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들은 김정남 존재도 몰라"…AP통신 평양발 보도
김정일 생일잔치 준비 한창…"암살동기는 수수께끼로 남을듯"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에 경악하는 세계와 전혀 딴판인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전해졌다.
AP통신은 15일 '김정남 소식에 북한 지도자들의 감춰진 삶이 부각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존재도 모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깜깜한' 상황을 평양발로 전했다.
미국 AP통신은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매체다.
통신은 "김정남 암살은 북한인들은 전혀 들어보지 못할 최고의 첩보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다"며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정남 독살 소식이 대중에 전해지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까닭에 상황을 이해하려면 영화 줄거리를 짚어줄 해설자가 따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런 북한 주민들의 무지가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김정은 일가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기 때문에 빚어진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가 북한처럼 강한 나라가 없다"며 "김정은에 대한 뉴스는 신중하게 손질되고, 선별된 채 대중에게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반 대중은 가족사항 등 김정은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통신은 나라 최고 지도자의 이복형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반체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어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해설했다.
최고 지도자 일가에 워낙 비밀이 많은 터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도 놀라움을 드러내는 북한 주민이 적지 않았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AP통신은 김정남이 암살된 시점을 특별히 주목했다.
백두혈통의 적자이던 김정남의 암살이 김정일의 생일이자 북한의 최대 기념일 중 하나인 광명성절, 2월 16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광명성절보다 중요한 기념일은 김일성이 태어난 4월 15일을 기리는 태양절이 있을 뿐이다.
통신에 따르면 현재 평양에서는 김정남 사망에 대한 관영 매체의 보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광명성절을 기념하기 위해 피겨스케이팅·수중발레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 체제에서 문제가 많은 인물로 꼽히던 김정남은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그는 2001년 차명 여권으로 일본을 불법 입국하려다 적발된 후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그 뒤로 북한 외부를 떠돌며 수년간 비밀리에 살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P통신은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에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이복동생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은 의사도 없음을 드러냈다며 "암살 동기는 북한 내 수많은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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