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vs 텃세' 원주민과 갈등에 쉽지만은 않은 귀농·귀촌

입력 2017-02-16 09:55
'굴러온 돌 vs 텃세' 원주민과 갈등에 쉽지만은 않은 귀농·귀촌

찬조금·시설사용 문제·문화적 차이로 마찰

전문가 "충분히 여유를 갖고 서로 배울 점은 배우는 연습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해 초 전북의 한 시골 마을로 귀촌한 김모(66)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고 분이 풀리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25일 집에서 이웃 주민 이모(57·농업)씨와 막걸리를 나눠마시다 갑자기 주먹을 날린 이씨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폭행사건의 발단은 김씨가 '마을에 찬조금을 내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안와골절 등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고,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충북의 한 시골로 귀농한 최모 씨는 주민과 갈등을 빚다가 마을을 등졌다.

마을 고지대에 설치된 물탱크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게 시비로 번졌다.

최씨는 매달 수도요금만 내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물탱크를 설치할 때 십시일반 설치비를 걷었다며 그만큼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최씨는 차츰 주민들과 소원해졌고 결국 귀농의 꿈을 접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귀농·귀촌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처럼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데다 인식과 문화 차이가 커 간극을 좁히고 화학적으로 결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조용했던 마을에 불쑥 나타난 외지인이 분위기를 흐린다고 배척하고, 귀농·귀촌인들은 원주민 텃세를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전북의 한 마을에는 '귀농·귀촌을 받지 않는다'란 펼침막이 내걸릴 정도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귀농(귀어 포함)은 1만2천950가구, 귀촌은 31만7천409가구로 전년보다 10.9%(1천275가구)와 6.0%(1만8천52가구) 늘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2015년 귀농·귀촌한 1천 가구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촌적응에 실패해 다시 도시로 되돌아오거나 계획 중인 경우는 각각 4%와 11.4%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다시 농촌을 등지고 역 귀농한다는 얘기다.

귀농인들이 꼽은 역 귀농 사유는 소득 부족(37.8%), 농업노동 부적응(18%), 이웃 갈등·고립감(16.9%), 가족 불만(15.3%), 생활불편(12%) 순이다. 귀촌인 역시 소득 부족(44.2%), 생활불편(37.3%), 이웃 갈등·고립감(7.7%), 자녀교육(7.1%) 등을 농촌적응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역 귀농·귀촌인들의 상당수가 원주민과의 반목으로 새 보금자리를 등진 셈이다.



전북 김제의 한 농민은 "요즘 농촌에는 가뜩이나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에다 자신만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기류가 흘러 농심이 예전만 못하다"며 "외지인이 들어와 분위기를 흐리는 데 참고만 사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는 "귀농·귀촌인들은 도시문화가 몸에 뱄지만, 주민들은 그들만의 풍습이 있어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면서 "이질적인 두 문화가 화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충분히 여유를 갖고 서로가 배울 점은 배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테면 귀농·귀촌인들이 주민을 초청해 집들이 행사를 한다든가 이 행사에 지방자치단체가 소정의 지원금을 주는 방법도 간극을 좁히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기 임채두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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