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과 낚시 즐긴 김일성, 카터에 '아끼는 손자'라고 말해"(종합)

입력 2017-02-15 16:45
"김정남과 낚시 즐긴 김일성, 카터에 '아끼는 손자'라고 말해"(종합)

박진, 1994년 'YS-카터' 면담 소개…"金-카터, 대동강에 배 띄우고 환담"

김일성 "낚시·사냥 즐기지만, 김정일은 시간 없어…손자와 미국 가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해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이 "내가 가장 아끼는 손자"라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YS)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진 전 의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일화를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6월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뒤 곧바로 서울에서 YS와 면담한 바 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YS에 전한 김 주석과의 대화에 따르면 김 주석은 "취미가 뭐냐"는 카터 전 대통령의 질문에 "우리 부부가 낚시와 사냥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아들(김정일)은 어떠냐"는 카터 전 대통령의 물음에 김 주석은 "아들은 당과 군 관련 일 때문에 사냥할 시간이 거의 없다"며 "손자(김정남)와 낚시를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주석이 "다음에 오면 낚시나 같이하러 가자. 산에서 내려오는 찬물에 송어와 메기가 아주 많다"고 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스포츠 낚시'를 하면 아주 좋겠다. 미국 낚시꾼들이 뉴질랜드나 호주로 갈 게 아니라 북한으로 와서 하면 되겠다"고 화답했다.

김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고향인 애틀랜타에선 어떤 물고기가 주로 잡히느냐"고 물었고, 카터 전 대통령은 "팔뚝만큼 커다란 송어들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김 주석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며 김정남을 두고 "내가 평소 아끼는 손자도 데리고 갈 수 있겠느냐"고 동반 방미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시 김정남은 23세, 김정철은 13세, 김정은은 10세였다.

박 전 의원은 "북핵 위기가 한창 고조됐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이 남북을 연쇄 방문해 경수로 건설과 핵 동결을 끌어내며 남북정상회담이 성사 직전이었다"며 "곧바로 김 주석이 사망해 회담은 불발됐고, 방미도 무위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김정철이나 김정은의 존재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김 주석이 카터 전 대통령에게 언급한 '아끼는 손자'는 김정남이라는 게 당시 대북 소식통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 주석과 카터 전 대통령은 오찬 후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환담하면서 김정남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 주석은 그 자리에서 카터 전 대통령에게 "김영삼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카터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YS에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박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자신의 회고록인 '청와대 비망록'에서 소개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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