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황따라 맞춤형 테러수단 동원…독극물·권총·폭탄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의 한 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이 뿌린 독성 물질에 의해 살해되면서 북한의 테러수단 등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남파 공작원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평양 인근의 130 연락소는 공작원들에게 남한침투기술과 폭탄제조, 테러활동, 심리전, 무기훈련, 포섭방법은 물론 남한 지역의 문화와 생활상 등을 교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근 국내에서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자들과 해외의 인권운동가들에 대해 독극물과 독침 등을 동원해 테러를 일삼고 있다.
2011년 9월 3일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보수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에 대한 살인 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독침 등 암살무기를 소지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 안 모 씨는 2011년 몽골에서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과 접촉하면서 그에게 포섭돼 박 대표를 살해하라는 지령과 함께 독총 2정과 독침 1개, 독약 캡슐 3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침내 안 씨는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 3번 출구에 박 대표를 불러내 독침으로 살해하려 했으나 테러 첩보를 포착한 국정원에 의해 체포됐고 그는 범행을 시인했다.
검거 당시 안 씨는 소지했던 캡슐은 입에 넣으면 3초 만에 즉사하는 독약이었고, 볼펜형 독침에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독극물이 묻어 있어 인체에 10mg만 투여돼도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마비돼 사망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8월 21일에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던 패트릭 김(당시 46세) 목사 역시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침 공격으로 쓰러져 숨졌다.
그는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에게 성경뿐 아니라 김정일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책자를 북한에 들여보내는 일을 해오면서 북한으로부터 응징하겠다는 경고를 받아왔다.
지난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근무했던 최덕근 영사가 저녁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공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검시 결과 원통형 물체로 머리를 8차례나 가격당해 심한 두개골 손상을 입었고 예리한 물체로 우측 옆구리 부분을 찔린 것으로 드러났으며 시신에선 북한 공작원들이 독침에 사용하는 독극물 성분이 검출됐다.
최 영사는 피살될 무렵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보복성 암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독극물 스프레이를 사용한 전례는 알려진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에 쓰인 무기가 독극물 스프레이로 확인될 경우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대한민국 수뇌부와 민간인들에 무차별 대테러에는 독살이 아닌 폭탄이나 무기와 같은 다른 방식을 사용해왔다.
지난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과 수행원들을 겨냥해 아웅산 묘소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으로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북한 정찰국 특공대의 강민철 등 3명이 묘소 지붕에 2개의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 11월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는 대한항공(KAL) 858기에 폭탄을 설치해 115명 전원을 사망케 했다.
1997년 2월에는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당시 36세) 씨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지인의 자택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격사건이 일어났는데 당시 현장에는 북한제 권총에서 사용되는 벨기에산 브라우닝 권총 탄피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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