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예방 뚜렷한 수입 백신 많지 않아"…류영수 건대 교수

입력 2017-02-15 11:15
수정 2017-02-15 11:18
"구제역 예방 뚜렷한 수입 백신 많지 않아"…류영수 건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예방 효과가 뚜렷한 수입 백신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신을 만들기 위한 국내 공장을 세우더라도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왜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반복해서 발생하나. 우리나라만 이런가.

▲ 아시아 30개국 정도에서 항상 구제역이 발생하고, 아프리카에서도 빈번하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축산 규모가 이렇게 커졌는데도 정부가 가축방역 전반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가축·동물 질병을 총괄하는 정부 실무 책임자가 방역총괄과장(농식품부)인데, 과장급이다. 과장급이 예산과 인력에 대해 발언권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농가도 백신 접종 등에 소홀한 부분도 있다.



-- 구제역 바이러스는 7가지 유형인데, 한국은 왜 A형과 O형 백신만 준비했을까.

▲ 발생하는 지역별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아시아에서 주로 유행하는 유형, 중동에서 유행하는 유형, 인도에서 유행하는 유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O형 바이러스만 발병하고 딱 한 번 A형이 나왔으니 효율성 측면에서 O형 위주로 백신을 준비했을 것이다.

구제역이 없는 미국 등 선진국이 구제역 백신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주로 백신이 개발·생산되고, 따라서 예방 효과가 뚜렷한 수입 백신이 드물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 우리가 백신을 직접 만들면 되지 않나.

▲ 백신 공장을 지으려면 우선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인력 고용도 필요하다.

한해 백신 수입 등에 700억 원의 예산을 쓰는데, 수입해서 쓰는 게 나을지 많은 돈을 들여 공장을 짓는 게 나을지 비교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사고 위험이다. 실제로 영국 구제역 백신 공장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큰 사고가 난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돈을 들여 우리나라 안에 구제역 바이러스 폭탄을 안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이다.

또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구제역 박멸'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국내 백신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결국 '앞으로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겠다, 박멸은 포기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뜻이기 때문에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 대책은 무엇인가. 무엇이 시급한가.

▲ 다 시급하고 다 바뀌어야 한다.

농민들도 방역과 접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관련 방역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한국 행정시스템이 중앙집권제에서 지방자치제로 바뀌면서 지방에 가축방역 전담 인력이 거의 없어졌다.

공중수의사가 있다지만, 자신의 생업을 하면서 월 50만 원 받고 필요할 때마다 방역을 도우라고 하면, 제대로 최선을 다해 철저히 방역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마다 상시 가축방역 관련 인력을 공무원 신분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여행 다녀온 농장주나 외국인 농장 근로자 등을 포함한 농장 인력에 대한 주기적 교육도 제대로 시킬 수 있고, 상시 감시 체계도 갖출 수 있다.

30년 사이 한국의 축산 규모는 4~5배로 커졌다.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방역 관리 인력 확충이 꼭 필요하다.

-- 북한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나.

▲ 북한에서도 구제역 발생하고, 당연히 영향이 많다. 공기와 야생동물 등을 통해 넘어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 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 긴장상태여서 쉽지 않은 일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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