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사용 않고도 모든 색깔 낸다'…무지개 미세입자 개발
KAIST·충남대 연구팀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에 적용 기대"
"나노광학 대가 故 신중훈 KAIST 교수에게 연구결과 헌정"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어떤 색소도 사용하지 않고 미세입자 표면의 나노구조를 이용해 원하는 색깔을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는 무지개 미세입자 제작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와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고(故) 신중훈 교수,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정종율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구형(球形) 미세입자의 표면에 굴절률이 다른 타이타니아(TiO₂)과 실리카(silica)를 교대로 증착시켜 표면 위치에 따라 반사되는 색이 달라지도록 하는 방법으로 무지개 미세입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무지개 미세입자는 표면의 규칙적인 나노구조를 통해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광결정을 이용한 것으로, 아주 적은 전력으로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해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광결정의 규칙적인 나노구조는 빛의 간섭 현상을 통해 특정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반사해 색소 없이도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오팔(opal) 보석이나 모포(Morpho) 나비, 공작새 깃털 등은 광결정 나노구조를 이용해 아름다운 색깔을 낸다.
그러나 광결정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입자가 한 색깔만 낼 수 있어 다양한 색의 구현이 필요한 반사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겨울에 동그란 구형 구조물에 쌓이는 눈의 두께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구형 미세입자 제작과정에 적용해 광결정 하나에 가시광선 전체 영역의 반사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구의 표면에 물질을 증착하면 위쪽인 정상 부분에는 물질이 가장 두껍게 쌓이고 측면으로 갈수록 쌓이는 물질이 얇아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규칙적인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지름 50∼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구형 미세입자의 표면에 굴절률이 다른 물질인 이산화티탄과 실리카를 교대로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로 증착했다.
이렇게 형성된 미세입자의 규칙적인 적층 구조는 굴절률 변화 주기가 정상 부분에서 가장 크고 측면으로 갈수록 작아져 정상 부분은 파장이 긴 빨간 빛을, 측면 부분은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을 각각 반사하며 두 색 사이의 다른 모든 색깔도 구의 위치에 따라 상응하는 지점에서 반사된다.
연구팀은 또 무지개 미세입자 표면에 자성을 띠는 철을 증착해 자기장을 이용해 미세입자의 배향 방향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방식으로 미세입자가 특정 색깔을 발현하도록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현재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에 흑백형태로 적용돼 있다며 색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미세입자는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성과는 나노광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 지난해 9월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숨진 故 신중훈 교수가 마무리 단계까지 함께 참여해 완성한 연구"라며 "이 연구결과를 신 교수에게 헌정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이승열(박사과정)씨가 논문 제1 저자로 참여해 수행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2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