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당국, 독극물 피살 김정남 오늘 부검…북한 반응 주목

입력 2017-02-15 08:51
수정 2017-02-15 10:31
말레이 당국, 독극물 피살 김정남 오늘 부검…북한 반응 주목

김정남 시신 인도요청한 말레이 北대사관, 재차 요구할지 '촉각'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말레이시아 당국이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46)의 시신을 부검해 사인 규명에 나선다.

영국 BBC 방송은 말레이시아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 종합병원에서 시신 부검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김정남 사망 이후 국내외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으나 김정남이 어떻게 아침 시간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항 내에서 피살됐는 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외신에 나온 기사를 종합해 보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마치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김정은 피살 방법과 관련해선 추론이 여러가지다.

말레이시아 현지 온라인 매체 더스타(The Star) 가 보도한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의 언급을 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에서 한 시간 뒤에 탑승할 마카오행(行) 항공편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여성 2명에게 피습됐다.

출국을 위해 키오스크(셀프체크인 기기)를 사용하던 김정남에게 여성 2명이 뒤에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한다.

현지 매체 더스타는 독액 스프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뉴스통신 베르나마는 같은 소스인 하흐마트 부국장의 설명을 인용해 "김정은인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여성이 뒤에서 다가왔고 그의 얼굴을 액체가 묻은 옷으로 감쌌다"고 보도했다.

여튼 이런 독극물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두통과 함께 기절할 것 같은 상태에서 도움을 청해 공항 내 치료소로 옮겨졌다.

치료소에서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으로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송 중 숨을 거뒀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김정남의 사인 만큼이나 살해 동기나 살해범의 신원도 불분명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에게 스프레이를 쏜 여성들을 추적 중이나 이들의 신원 및 이후 행적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여성들이 범죄 후 곧바로 출국했을 가능성도 있어 사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치명적 독성 물질을 이용한 살해 수법 등을 고려할 때 신원미상의 여성이 북한 공작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살해 동기를 놓고도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김정남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마카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를 떠돌며 생활해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는 잦은 돌출 행동으로 눈 밖에 나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1996년 이모 성혜랑의 미국망명에 이어 2001년 5월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돼 추방된 사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황태자'였던 그는 이복동생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경제적 지원마저 끊긴 채 해외를 떠도는 '이방인'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사망 당일에도 저가비용항공사 전용 터미널에서 수속을 밟고 있었다.

김정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목숨에 위협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은 것은 이런 위협이 실존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암살을 가까스로 모면한 일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부검을 앞두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나서 부검을 놓고 국가 간 마찰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시신을 인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시신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부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