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악의 어린이 실종사건…38년만에 살해범에 유죄평결

입력 2017-02-15 06:45
美최악의 어린이 실종사건…38년만에 살해범에 유죄평결

1979년 '이튼 패츠 실종사건' 용의자 검거 5년만에 유괴·살인혐의 입증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의 우유팩에 실종아동의 사진이 들어가고, '실종 어린이날'이 지정될 정도로 전국적 파장을 일으켰던 미국 어린이 실종사건의 범인이 사건 38년 만에 유죄평결을 받았다.

미국 뉴욕주 배심원단은 14일(현지시간) 1979년 발생한 '이튼 패츠(당시 6세) 실종사건'의 용의자인 페드로 에르난데스(56)에게 유괴·살인죄를 평결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에르난데스는 1979년 5월 25일 아침 뉴욕 맨해튼의 집을 나와 스쿨버스를 타려고 혼자 길을 걸어가던 패츠에게 음료수를 주겠다며 자신이 일하던 편의점 안으로 유인, 지하실에서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패츠를 비닐봉지와 상자에 담아 인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패츠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발생 후 33년 동안 용의자를 못 찾아 영구 미제사건이 될 뻔했다.

패츠의 행방 찾기가 전국화되면서 이 사건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실종사건이 됐을 뿐 아니라, 사회적 경각심 속에 아동보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2012년 에르난데스가 체포되면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실종 당시 패츠의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던 에르난데스가 친척들에게 "뉴욕에서 아이를 해쳤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제보를 받아 사건 33년 만에 그를 체포했다.

2015년 첫 재판이 열렸지만, 유죄 입증은 쉽지 않았다.

검찰은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용의자의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에르난데스의 변호인은 그의 정신병력과 향정신성약 투약 등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그의 진술은 상상에 불과하다고 방어했다.

2015년 첫 배심원단 평결에서 배심원 한 명이 유죄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합치된 평결이 나오지 못했고, 재판부는 '심리무효'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어진 재심리에서는 이 사건을 담당한 맨해튼 지방검사인 사이러스 밴스의 적극적인 수사가 진가를 발휘했다.

범행현장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2명의 베테랑 수사관이 에르난데스로부터 검거와 정신감정 때 했던 발언보다 더욱 구체적인 자백을 받아냈고, 이를 배심원단에 제시했다.

이튼 파츠의 아버지인 스탠리 파츠는 배심원단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 가족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정의를 되찾았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밴스 검사는 "파츠 일가에게 이 사건을 종결해주는 것을 나의 최우선 업무의 하나로 삼았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변호인들은 그의 낮은 지능과 성격장애로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평결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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