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웅 실수· 마트 주인 배달 사고서 시작한 '유니폼 논란'(종합)
강민웅, 잘못된 유니폼 입고 나와 경기 20분간 중단
신 감독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박 감독 "감독관 잘못"
(인천=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남자 프로배구 경기가 한 선수의 유니폼 논란으로 약 20분 중단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이 맞붙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
한국전력은 주전 세터 강민웅(32) 대신 백업 황원선(22)을 스타팅 멤버로 내보내 지켜보는 이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강민웅이 투입됐고,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강민웅은 실수로 이날 원정경기에 홈 경기 때 입는 빨간색 유니폼을 챙겨왔다고 한다.
이에 부랴부랴 동료들과 같은 색인 파란색 계통의 유니폼을 구해왔다.
한국전력은 숙소로 쓰는 아파트 인근의 마트 주인에게 급히 연락해 유니폼 색상을 설명해주면서 계양체육관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하필이면 마트 주인이 가져온 유니폼이 민소매였다. 동료들은 전부 반소매 형태의 유니폼을 챙겨온 터였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박주점 감독관에게 항의했다.
KOVO의 규정에는 '같은 팀 선수들은 동일한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다른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는 동료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 경기에 나올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박 감독관은 이런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가 중단된 것은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1세트였다.
KOVO 측이 강민웅의 유니폼을 뒤늦게 문제 삼고 나서면서다.
강민웅의 유니폼은 민소매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동료들의 것과 약간 다른 것이 논란이 됐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과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박점주 감독관과 KOVO 측 관계자가 이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면서 경기는 20분 정도 중단됐다.
관중석에서는 "너희가 지금 팬들을 뭐로 보고 이러느냐", "집에 가버리겠다" 등의 고함과 야유가 쏟아졌다.
결국, 강민웅은 '부정선수'로 간주돼 퇴장당했다.
경기는 14-12에서 14-1로 돌아갔다. 한국전력의 '1점'은 강민웅이 투입되기 전의 점수다.
KOVO 관계자는 "대한항공에는 이번 사태의 귀책사유가 없어서 14점의 점수가 모두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는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2 승리로 종료됐다.
경기를 마친 신 감독은 "유니폼을 제대로 준비 안 한 우리 잘못"이라면서도 "감독관이 (민소매 차림으로)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시작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논란을 일으킨 강민웅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선수 본인이 맞아 죽어도 싸다"라며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민웅은 최근 주전 세터로서 제역할을 못한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신 감독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강민웅에 대한 노여움을 표현하면서도 "의기소침해질까 봐 걱정이다. 위로해줘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감독은 박 감독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박 감독은 "감독관이 규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KOVO가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전문적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V리그가 세계에서 8번째 안에 들어가는 리그인데,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내가 배구인으로 살면서 프로 무대에서 이렇게 오래 경기가 중단되는 건 처음 본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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