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현실 모르는 이상론…국제적 웃음거리"(종합)

입력 2017-02-15 16:19
"상법 개정안, 현실 모르는 이상론…국제적 웃음거리"(종합)

한경연 좌담회…"기업 이사회, 파벌 싸움 전쟁터로 변질될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2월 국회 처리가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상법·기업법학회장을 역임한 전문가들이 '과잉 규제로 점철돼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상법 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전(前)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이라며 "충분한 토의나 적용 대상인 기업의 공감대 없이 경솔하게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 처리 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 "자본주의를 버리고 기업을 사회 내지 공공의 물건으로 인식하는 사회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도 나왔다.

최완진 한국외대 교수는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기업 옥죄기' 분위기를 타고 제대로 된 여론 수렴도 없이 법안을 졸속 처리하려 한다"며 "오너(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추진한다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이라고 비판했다.



◇ 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화…"독립성보다 전문성이 중요"

김선정 전 상사판례학회장(동국대 법학과 교수)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 투명성 제고가 단지 소수 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외형적 틀을 갖춘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시스템이 외형적으로 잘 정비돼 있었으나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도시바·엔론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외형적 틀로 독립성을 주장하기보다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위원이 소수 주주를 대변하게 된다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분파적 이익이나 경영 외적 목표를 겨냥해 경영분쟁을 유도하거나, 단기실적(고배당)에 집착해 경영진을 압박할 가능성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도 감사위원 선임을 대주주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개정안은 지배주주 위주의 안정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임원을 선임할 합당한 자격이 있는 자는 출자를 한 자로, 이 원칙을 파괴하는 것은 자유시장질서를 파괴해 자본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사들의 진취적 경영판단 막을 것"

송종준 전 기업법학회 회장(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상법 개정안은 모자회사 등 결합기업을 다중대표소송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결합기업을 모두 단일 경제적 동일체로 취급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자회사별 단순대표소송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경영 판단을 내린 이사의 면책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사들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경영 판단, 획기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교수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경영자를 위협해 뭔가를 얻어내려 할 때 대표소송을 제기한다"며 "주식 보유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한 투기 목적의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과연 맞느냐"고 비판했다.

김선정 교수도 "소액주주는 용돈을 아껴 주식 몇 주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투기자본들임을 소버린, 타이거펀드 사례에서 경험하지 않았나"라며 "이 법은 소액주주가 아니라 투기자본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집중투표제 의무화…"이사회 내부 당파 대립·영업비밀 유출"

최준선 전 상사법학 22대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감사위원, 근로자 사외이사, 소액주주가 집중투표를 통해 선임한 사외이사까지 의무화될 경우 상당수 기업의 이사회는 이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형식적인 이사회가 될 우려가 있고 경영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대주주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완진 전 상사법학회 20대 회장(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공존하게 되므로 이사회가 당파적인 논쟁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06년 영국계 헤지펀드가 다른 외국계 기관들과 손잡고 집중투표를 통해 KT&G[033780]의 경영진 교체요구 등 경영권을 간섭한 선례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본인 인증이 어렵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기주식의 처분 제한 및 신주배정 금지에 대해서는 "자사주는 대주주에게 주어진 적대적 M&A에 대한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인데 자꾸 제한을 가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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