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법 개정안, 외국서도 사례 찾기 힘든 법안"

입력 2017-02-15 13:30
한경연 "상법 개정안, 외국서도 사례 찾기 힘든 법안"

"기업 이사회, 파벌 싸움 전쟁터로 변질될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2월 국회 처리가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상법·기업법학회장을 역임한 전문가들이 반대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상법 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전(前)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임 상사법학회장, 상사판례학회장, 기업법학회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이라며 "충분한 토의나 적용 대상인 기업의 공감대 없이 경솔하게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선정 전 상사판례학회장(동국대 법학과 교수)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 투명성 제고가 단지 소수 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외형적 틀을 갖춘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도시바', '엔론 사태'를 막으려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외형적 틀로 독립성을 주장하기보다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거대한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한 일본 도시바의 경우 이사 5인 중 3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외형적으로 잘 정비돼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고경영자의 회계 부정을 제대로 감시·적발하지 못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 분식회계 사태를 거론하며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에게 중요한 것은 독립성보다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이 소수 주주를 대변하게 된다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분파적 이익이나 경영 외적 목표를 겨냥해 경영분쟁을 유도하거나, 단기실적(고배당)에 집착해 경영진을 압박할 가능성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종준 전 기업법학회 회장(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모자회사 등 결합기업을 다중대표소송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결합기업을 모두 단일 경제적 동일체로 취급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소송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중대표소송 법안은 균형감을 잃었다"며 "모기업과 자기업에 경제적 동일체 개념을 인정해 책임은 물으면서, 결합기업의 경영에서는 포괄적 이익을 위한 경영 판단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원론적으로 상법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법"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것으로 그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전 상사법학 22대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감사위원, 근로자 사외이사, 소액주주가 집중투표를 통해 선임한 사외이사까지 의무화될 경우 상당수 기업의 이사회는 이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형식적인 이사회가 될 우려가 있고 경영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대주주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완진 전 상사법학회 20대 회장(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공존하게 되므로 이사회가 당파적인 논쟁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06년 영국계 헤지펀드가 다른 외국계 기관들과 손잡고 집중투표를 통해 KT&G[033780]의 경영진 교체요구 등 경영권을 간섭한 선례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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