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시장 1천350조원…외국에 눈 돌리는 국내 업체들
'국내 시장으론 안된다'…외국 공략에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국내 패션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패션업계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에 더해 유럽으로 진출하는 업체들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정부는 패션·의류와 가방·시계 등 생활용품을 프리미엄화해 루이뷔통·카르티에 등과 같은 유명 브랜드를 만들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기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고 글로벌 시장에 맞는 접근법을 찾으려는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 국내 패션시장 침체 장기화…매각·인수·구조조정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3% 성장한 39조2천73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2.3% 성장한 38조329억 원으로 추정했다.
한국 패션계는 2011년 11.8% 성장한 이래 매년 4% 미만의 낮은 성장에 머물렀다.
자연증가분과 물가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체라고 봐야 한다.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 패션계는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 한섬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각과 인수가 활발히 이뤄지는가 하면, 이랜드·삼성물산 패션부문·LF·LS네트웍스 등 업계 선두 브랜드들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소량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에 맞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반응생산'을 채택하는 기업도 늘었다.
이밖에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를 도입하는 등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해외 진출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패션업계의 중론이다.
◇ 의류·신발 무역 늘 적자…중국·유럽 공략될까
전 세계 패션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1조2천억달러(약 1천357조8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그 안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MCM이나 만다리나덕 등 외국에서 인수한 일부 브랜드 외 국내 토종 브랜드 중에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의류·가방·신발의 무역수지는 모두 적자다.
특히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의류는 지난해 수출이 18억9천만달러(약 2조1천933억원)에 그쳤으나, 수입은 83억3천만달러(약 9조6천669억원)에 달해 7조5천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등에 생산이 집중돼 무역수지가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세계적인 브랜드가 탄생해 좀더 고가의 제품을 더 많이 수출한다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을 시작으로 잇따라 해외 진출을 하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이랜드 정도다.
1994년에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중국에서 44개 브랜드 7천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진출한 삼성물산이나 2010년 진출한 LF패션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형지 계열사인 형지I&C는 올해 초 중국에서 운영하던 남성복 브랜드 '본지플로어'와 '예작'을 접었다.
다만 패션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섬이 운영하는 국내 대표 남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옴므와 시스템은 지난달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대표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나란히 입점했다.
삼성물산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지난해 9월 뉴욕 노드스트롬, 레인 크로퍼드, 싱가폴 CLUB21 백화점 등에,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우영미는 지난달 세계 3대 백화점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프렝탕 백화점에 입점했다.
◇ 생활산업 육성, 전체산업 발전 견인할것…한국브랜드만의 개성살려야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 세계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는 루이뷔통, 카르티에 등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생활용품과 패션·의류를 프리미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의류 분야에서는 디자이너 역량 강화, 신유통 플랫폼 활용, 고기능 소재 개발, 생산기반 강화, 협업 생태계 조성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세계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는 생활 소비재 제품을 발굴해 디자인·기술개발·판로 개척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생활명품 육성사업도 시행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화학이나 자동차 등의 산업이 상대적으로 중요시되고 생활산업은 홀대받아왔다"며 "하지만 생활산업은 전체산업 발전의 신동력이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형 산업이니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자기 브랜드를 전 세계 시장에서 원하는 브랜드로 만들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된 한국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필요한데 지금은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그대로 차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 특화된 유통·마케팅·영업 등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이 필요하고, 브랜드만의 개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야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선진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또한 제대로 된 현지화 전략을 세우지 않고 한국에서 안 팔리는 의류를 재고 처리할 생각으로 진출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화장품은 품질만 좋아도 많이 팔릴 수 있지만, 패션은 그 나라의 문화, 트렌드, 국민의 체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종 브랜드가 탄생하면 다른 브랜드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어야 그런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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