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강제노동자 실태 알려온 日작가 행적다큐 '저항'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자의 삶에 천착한 일본인 르포작가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저항'이 11일부터 도쿄 시부야구 이미지시어터포럼에서 상영되고 있다.
후쿠오카 민영방송사 RKB마이니치 소속인 니시지마 신지(59) 피디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국가권력에 희생됐고 역사의 그늘에 묻힌 조선인의 이야기를 파헤쳐 세상에 알려온 하야시 에이다이(83)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는 후쿠오카 현 지쿠호 지역의 옛 석탄 탄광지에 있는 '아리랑 고개'를 찾아온 하야시 씨가 현장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리랑 고개'는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이 집단 수용소에서 탄광으로 일하러 갈 때 설움을 달래려 아리랑을 부르며 걸었던 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에는 17만 명의 조선인노동자가 탄광에서 일했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탈주한 조선인을 숨겨줬다는 죄목으로 고등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사망한 부친의 영향을 받은 하야시 씨는 평생 조선인 피해자의 이야기와 가해자의 증언을 기록해왔다.
탄광에서 탈출을 기도하다 발각된 조선인을 때려죽였던 일본인 노무관리자를 추적해 참회의 고백을 받아냈고, 폭격기를 방화한 죄목으로 총살된 조선인 가미카제 대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살아남은 특공대원을 만나러 일본 전역을 돌기도 했다.
그는 '삭제된 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 '지도에 없는 아리랑 고개, 강제연행의 흔적을 찾아서' 등 전쟁 중 희생된 조선인·사할린 한인·대만인 등의 역사를 기록한 도서 등을 지금까지 57권 출판했다.
현재 식도암이 전신으로 퍼져 항암제의 부작용 때문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비닐 테이프를 이용해 펜을 손에 묶어가며 증언을 기록하는 모습도 소개된다. 영화 속에서 하야시 씨는 "앞으로도 출판해야 할 책이 10권 분량이나 남았다. 죽기 전까지 계속 집필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언급한다.
그는 르포작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요미우리교육상(1967년), 아사히밝은사회상(1969년), 청구출판문화상(1990년), 평화·협동 저널리스트기금상(2007년) 등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아사히신문의 '저널리스트 열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니시지마 감독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국 기자로 서울 특파원 시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는 절대로 역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자살 특공대원을 '호국 영령'으로 미화하는 영화가 제작되는 현실에 위화감을 느껴서 재일한인, 탄광 노동자, 전쟁 등을 주제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역사를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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