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 도시'의 저주일까…돌고래 6마리 죽은 장생포 수족관

입력 2017-02-14 14:19
'고래잡이 도시'의 저주일까…돌고래 6마리 죽은 장생포 수족관

고래생태체험관 2009년 개관 후 수입 4마리, 출산한 새끼 2마리 죽어

1986년 고래잡이 금지 후 꾀했던 '고래관광도시' 도약에 제동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포경(고래잡이) 도시'의 저주일까?

과거 포경전진기지로 유명했던 울산 남구 장생포에 고래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을 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지금까지 돌고래가 6마리나 죽어 나갔다.

"더 이상 폐사는 없다"며 수족관을 바다처럼 꾸미고 지난 9일 일본에서 돌고래 2마리를 수입했으나 이마저 1마리가 5일 만에 숨져 고래생태체험관 운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체험관은 2009년 개장 때 수컷과 암컷 2마리씩 총 4마리의 돌고래를 일본에서 들여왔으나, 암컷 1마리가 2개월여 만에 폐사했다.

당시 공단은 돌고래 관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법원의 화해 조정을 통해 2천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체험관은 2012년 3월 암컷 2마리를 추가로 들여왔는데, 이 중 1마리가 전염병으로 같은 해 9월 죽었다.

이 사실은 약 2개월 후 공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나 공단의 폐사 은폐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3월에는 추정 나이 15살짜리 암컷이 새끼를 낳았으나, 수족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3일 만에 폐사했다.

당시 체험관은 돌고래의 임신을 경사스러운 일로 여겨 출산까지 전 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이 때문에 새끼의 안타까운 죽음 또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새끼를 잃은 어미는 이듬해인 2015년 6월에 다시 출산했으나, 새끼는 이번에도 6일 만에 죽었다. 체험관은 전년도에 불거진 논란을 의식해 임신과 출산, 새끼 폐사를 숨겼다.

이어 8월에는 동료와의 몸싸움으로 다친 수컷 1마리가 또 패혈증으로 죽었다.

체험관은 지난해 돌고래 2마리 추가 수입을 추진했다가 반발 여론이 비등하자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여론 추이를 살피던 체험관은 지난해 9월부터 일본 다이지 고래박물관과 수입 협의를 시작해 환경부 수입허가, 해상·육상 운송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밟았다.

일련의 절차는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비밀리에 진행됐다.

체험관은 돌고래 수송만 남겨둔 지난달 24일 수입 결정을 발표한 뒤 일사천리로 남은 절차를 추진, 이달 9일 돌고래 2마리를 들여왔다.

이 중 한 마리가 닷새 만인 13일 오후 폐사했다.

이로써 체험관이 수입한 8마리와 수족관에서 태어난 2마리 등 총 10마리 가운데 6마리가 죽은 것이다.

울산 장생포는 국내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번성했으나,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조치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남구는 마을에 남은 고래잡이 역사와 문화가 관광자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마을 등 관련 인프라를 잇달아 조성했다.

그런 노력으로 장생포는 한해 9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이 지역 핵심 관광시설로 평가받는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폐사가 이어짐에 따라 과거 포경도시를 기반으로 '고래관광도시'로 도약하려던 시도에도 심각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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