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수사도 돕다…'AI형사' 롤스로이스 뇌물사건서 활약

입력 2017-02-14 11:56
로봇이 수사도 돕다…'AI형사' 롤스로이스 뇌물사건서 활약

AI 스타트업 레이븐 기술, 하루에 문서 60만쪽 분석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영국에서 롤스로이스의 대규모 뇌물사건 수사를 도운 로봇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로봇은 앞으로도 다른 범죄 수사에 활용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레이븐(Ravn)의 로봇은 인간 수사관처럼 문서를 살피고 분류,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훨씬 빠르며 인간이 하는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이 쓴 것은 롤스로이스의 뇌물사건이 처음이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 등의 부품 계약을 따내려고 여러 나라에서 수천만 달러의 뇌물을 뿌린 혐의를 지난달 인정했다.

레이븐의 로봇은 7명의 수사팀이 3천만 쪽의 문서를 살피는 것을 도왔다. 하루에 많게는 60만 쪽을 훑었다. 덕분에 수사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SFO는 기록 검토 시간을 줄이기 위해 레이븐의 'AI 형사'를 향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롤스로이스 사건에서 레이븐의 소프트웨어는 주로 문서를 기밀인 것과 아닌 것으로 분류해 변호사와 수사관들을 돕는 역할을 했다. 이는 인간이 했더라면 몇 개월이 걸렸을 법적 절차다.

데이비드 그린 SFO 청장은 로봇 기술이 "기밀 정보 식별을 돕는 자체 지식 기반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인간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정확하다"고 했다.

영국 로펌 고울링 WLG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사우설은 이 기술이 "변호사들이 해야 할 단순한 업무를 대신해 사람들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메일이나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 같은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는 딥서치 알고리즘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레이븐의 첨단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한 발짝 더 나갔다. 이 기술은 문자나 표, 심지어 사진으로부터 자동으로 정보를 추출하고 이해할 수 있다.

레이븐의 데이비드 럼스덴 최고경영자는 엑셀이나 워드, PDF, 파워포인트 등의 자료에 있는 단어나 표, 숫자, 그림 등을 뽑아 분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직원 1만명의 기록에서 여권 번호를 뽑고 싶으면 AI가 여권 사진만으로 자동으로 해준다. AI가 없다면 사진에서 일일이 여권 번호를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 7년 된 레이븐의 고객은 영국과 미국의 대형 로펌, 영국의 은행과 기업 등이다.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인 영국 통신업체 BT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글로벌 부품 계약을 평가하는데 AI 기술을 쓰고 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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