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역설…멕시코서 트럼프로 "분노유발" 프로레슬러 인기
트럼프 얼굴 새겨진 깃발 들고 링에 등장…팬들로부터 욕설·증오 끌어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서 활동 중인 한 미국인 레슬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작년 4월부터 멕시코 프로레슬링 무대에 서고 있는 샘 폴린스키.
샘 아도니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폴린스키는 멕시코 판 프로레슬링 경기인 '루차 리브레' 선수다. 루차 리브레는 멕시코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요즘 미국 성조기 바탕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링에 올라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은 빨간, 파란, 흰색 등 다양하다.
그가 파란 머리띠를 두른 채 이 깃발을 휘두르면서 입장하는 순간 멕시코 팬들은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과 야유, 고함을 퍼붓고 비꼬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
국경장벽 건설을 필두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반 멕시코 정책을 강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불만과 증오심을 분출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프로레슬러로 활동한 적 있는 그는 처음에는 여장하고 링에 올랐다가 최근 들어서는 트럼프 깃발을 들고 전형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변모했다.
피츠버그 출신인 폴린스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과 당선은 그가 링 위의 최고 악한으로서 경기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선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루차 리브레 경기에서 멕시코 출신 레슬러는 선을, 외국인 레슬러는 악을 대표하는데 폴린스키는 악한 역할을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멕시코 대중들로부터 사상 최악의 악당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본에 의한 쇼로 인식되는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진정한 증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발표, 특히 멕시코에 대한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레슬링 팬인 헤라르도 로레로는 폴린스키에게 야유를 퍼붓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트럼프 캐릭터를 위한 많은 나쁜 의도가 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매번 공격한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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