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보기관 테러대비 대대적 변신모색…'한국어 능통자도 급구'
테러 위협 맞서 외국어·컴퓨터전문가 대거 채용…그랑제콜에도 구애
대외안보국,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 두는 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그랑제콜 출신, 한국어 전공자 등 환영합니다."
베일에 휩싸인 프랑스 정보기관이 일상화되고 있는 테러 위협에 맞서 조직을 현대화하고 그랑제콜 출신 수재들과 외국어 전문가에게 구애하는 등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외안보국(DGSE)과 국내안보국(DGSI)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양대 정보기관이 한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대졸자와 컴퓨터 보안 전문가를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영국의 MI6처럼 해외첩보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대외안보국(DGSE)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한국어 등 동양언어와 컴퓨터 등 기술전문가들을 중심으로 600여 명을 충원한다.
불어로 '상자'를 뜻하는 '부아트'(Boite)로 흔히 불리는 DGSE의 현 요원은 6천400여 명 수준. DGSE는 프랑스 정부가 정부지출을 옥죄고 있는 와중에서도 지난 15년간 요원 수를 30% 늘리며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현재는 군인 신분 요원이 37%를 차지하고 있지만, 민간 전문분야 출신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요원의 4분의 1 가량인 여성 비율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DGSE는 프랑스의 최고급 인력 배출의 장인 그랑제콜 출신에게도 구애하고 있다.
통상 신규 채용요원들에게 3만3천∼3만5천 유로(4천만∼4천300만원)의 초봉을 주지만, 그랑제콜 출신이거나 특별한 능력이 검증된 이들에게는 4만 유로(5천만원 ) 이상의 초봉을 주기도 한다.
최근 DGSE 베르나르 바졸레 국장은 매우 이례적으로 프랑스 전직 대통령 등 고위직을 다수 배출한 최고명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의 스트라스부르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에게 DGSE에 와 달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도 ENA 출신이다.
ENA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첩보업무에 대한 인식도 2015년 파리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이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DGSE는 2년 전부터 장교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프랑스군과도 같은 인재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DGSE는 특히 외국어 전문가들 채용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모든 요원이 영어에 능통한 DGSE는 러시아어, 중국어, 페르시아어 등을 할 줄 아는 인재를 항상 채용하고 있으며 아랍어의 경우 이집트, 북아프리카,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의 방언까지 할 줄 안다면 더 환영받는다.
특히 DGSE는 한국어에 능통한 요원도 구하고 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DGSE가 한반도 문제까지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GSE의 교육담당 부서 책임자인 '앙리' 대령은 "외국어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며 "대학들이 우리가 필요한 수준의 외국어 능력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DGSE 외국어 능통자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5명의 아랍어 능통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들의 실력이 기준에 못 미치자 선발하지 않은 일도 있다.
DGSE 뿐 아니라 국내안보국(DGSI)도 올해부터 2년간 934명의 신규 정예요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DGSI는 지난해 한 해에만 모두 17건의 프랑스 본토에 대한 주요 테러 기도를 사전에 적발해 차단하는 개가를 올렸다.
최근 파리 도심에서 자살폭탄조끼 테러를 저지르려고 모의한 일당 4명을 남부 몽펠리에 인근 도시에서 일망타진한 것도 DGSI가 모의 초기 단계에서 첩보를 입수해 추적했기 때문이다.
DGSI는 과거 주로 경찰관들을 특채했지만, 이번에는 언어, 컴퓨터, 암호해독 등에 특화된 전문가들을 선발할 방침이다.
DGSI 측은 현재 3천500여명의 직원중 70%가량이 경찰 출신임을 감안해 복잡해지고 고도화하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심리, 회계,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조직을 혁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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