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촛불뒤에는 부패사범 3천명 잡아들인 여성 반부패청장
일부 반부패 시위대 코베시 청장 대선 출마 요구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1989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28년 만에 연일 대 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루마니아에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한 여성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화제의 여성은 로라 코드루타 코베시(43) 루마니아 국가반부패청 청장. 루마니아 정부가 코베시 청장에 맞서 부패 사범들을 대거 사면할 수 있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령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이후 매일 밤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전국에서 50만명이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다음날인 6일에도 10만명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온 것은 정부가 부패 사범의 최고형량을 징역 7년형에서 3년형으로 줄이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코베시 청장이 정치인을 체포하거나 도청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긴급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또 이 긴급 행정명령을 주도한 플로린 로다체 법무부 장관은 전격 사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관련 장관들의 추가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루마니아를 뒤흔든 코베시 청장은 7살 때부터 농구선수로 뛰다가 루마니아 청소년 국가대표 농구선수로 활동했으나 작은 마을의 검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어 검사가 됐다.
그녀는 지난 1995년 21살 때 검사가 된 이후 조직범죄, 부정부패, 테러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2006년 32살 때 루마니아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이자 최연소로 검찰총장에 취임했던 인물이다.
루마니아의 심리학자인 아드리아나 발란은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베시 청장은 우리의 상징이며 이상형"이라며 "시위에 참가하는 젊고 교육받은 전문가들은 그녀가 대통령에 출마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루마니아의 젊은이들은 EU 가입을 계기로 서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거나 여행할 수 있었으며 정부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모국으로 돌아왔다.
루마니아 정부도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EU로부터 받은 자금과 관리력을 기반으로 반부패 경찰의 권한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구세대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신구세대 충돌점의 교차점에 있는 것이 국가반부패청과 이 기관을 이끄는 코베시 청장이었다. 코베시 청장은 공산주의 관료들이 아버지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랐다.
코베시 청장은 "공산당 간부가 검사에게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명령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지난 2013년 루마니아 최초의 여성 청장으로 국가반부패청을 접수한 이후 3천여명을 감옥에 보냈다.
국가반부패청 검사들은 100여건의 부패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고위 정치인들의 직무남용 사건 2천100여건을 조사하고 있다. 루마니아 언론은 또 어떤 정치인이 수사를 받는지 취재하기 위해 오늘도 청사 앞에 진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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