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다가오자 좌우로 수렴하는 정치권…제3지대 사라지나
집토끼 손잡고 나선 與·민주당·정의당 지지율 동반 상승
얇아지는 '중도지대'…바른정당 지지율 하락·국민의당 '주춤'
바른정당 '기각시 의원직 사퇴' 몸부림…집토끼 잃을 위험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탄핵정국 초기에 수면 아래에서 오랫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보수층이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조직적 반격에 나서자, '죄인'처럼 침묵하던 집권 여당 새누리당도 점차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그러자 잠시 시들해지는 듯하던 탄핵 촉구 촛불집회도 태극기 집회의 반작용으로 다시 규모를 키우기 있고, 야권과 바른정당도 새누리당을 향해 바짝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 여론이 이념적 좌표를 기준으로 좌우로 선명하게 갈라질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 역시 빠르게 좌측과 우측으로 수렴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제3의 길', '중도지대'의 선두 주자를 자부했던 국민의당이 주춤하는 점도 이 같은 기류를 입증한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 지난주보다 2.7%포인트 내린 5.6%로 '좌파'임을 내세우는 정의당(6.8%)에도 추월당했다.
국민의 당(11.6%)도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탄핵 인용을 압박하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보다 5.6%포인트 오른 43.8%로 부동의 1위를 지켰고, 일부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위 새누리당은 2.9%포인트 오른 14.5%로 상승세를 탔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32.9%)는 또 지지율이 소폭 올라 6주 연속 선두를 질주했고, 여권 주자로 인식되지만,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도 지난주보다 2.9%포인트 오른 15.3%의 지지율로 안희정 충남지사(16.7%)와 오차범위 안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였다.
반면 이른바 '제3지대' 또는 '중도보수'를 추구해온 주자들은 대부분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지지부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9.5%)는 지난주보다 1.4%포인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3.9%)은 1.0%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여론의 변화 기류에 고무된 듯 '정통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새누리당은 '자성 모드'에서 '대선 체제'로 공식 전환했고, 일부 소속 의원과 대선 주자들은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리기보다는 '정치적 해법'으로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내놓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4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회의체인 '4+4 대연석회의'를 주최해 탄핵소추를 포함한 정국의 근본적 돌파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다시 커지는 '촛불'을 강조하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 조기 인용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촛불을 든 '집토끼'에 한 발짝 더 다가서면서 선명한 야성을 드러내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헌재는 대통령 측의 노골적 탄핵 지연과 방해 행위를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 국민의 뜻대로 조속한 심판으로 국정혼란을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재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바른정당은 오히려 진보 성향 야당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전날 심야까지 계속된 워크숍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는 사법부 입장에서 기존 야 3당보다 훨씬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어 정부·여당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바른정당이 위기감에 극약 처방을 내리긴 했지만, 긍정적 결과를 부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범여권으로 인식되고 있어 기존 야권 지지자들을 겨냥한 당론이나 정책으로는 좀처럼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중도보수층의 지지마저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역시 고민이 적지 않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도지대를 바라보자니 그 층이 점점 엷어지고 있고, 기존 집토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대부분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