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주면 월200만원' 보이스피싱 문자를 경찰에게 보내

입력 2017-02-13 12:00
'계좌 주면 월200만원' 보이스피싱 문자를 경찰에게 보내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관이 문자 수신…하루 만에 검거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미끼 문자'를 보이스피싱 전담 경찰관에게 잘못 발송했다가 하루 만에 꼬리를 잡혔다.

13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보이스피싱 전담수사관 오청교 경위는 지난달 11일 오후 4시 50분께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발신인은 자신을 '주류회사 세금팀'이라고 소개하면서 '주류세가 80%가 넘다 보니 감면을 받으려고 문자를 보낸다'며 계좌번호를 빌려달라고 했다.

계좌를 2개 빌려주면 월 500만원, 1개 빌려주면 월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에 '연체, 신용회복, 신용불량이어도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5년째 지능팀에서 근무하며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고 있는 오 경위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뿌리는 '미끼 문자'임을 눈치챘다.

오 경위는 메시지에 나오는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월 250만원을 주겠다"며 "퀵서비스를 보낼 테니 체크카드를 달라"고 말했다.

오 경위는 다음날인 12일 오후 동대문구 모처에서 퀵서비스를 가장해 체크카드를 받으러 온 조직원 김모(34)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3일부터 열흘간 총 26장의 체크카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경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월 100만∼3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김씨를 통해 계좌와 체크카드를 넘긴 이들은 총 14명이 확인됐다.

이들 명의 통장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들이 뜯긴 피해금 약 6천만원이 발견됐다.

오 경위는 이달 7일 김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체크카드를 넘긴 김모(22)씨 등 1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오 경위는 "다른 조직원들에 관해서는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세금 감면이나 투자를 빌미로 체크카드를 빌려달라는 미끼에 넘어가면 보이스피싱 공범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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