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코리안드림' 노숙인·절도범 전락한 탈북청년
(여수=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코리안드림을 좇아 어머니를 따라 국내에 들어온 탈북청년이 노숙인과 절도범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19분께 전남 여수 시내의 한 옷가게 앞.
아직 문을 열기 전인 옷가게 앞에 도매상으로부터 배달 온 큼직한 옷 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주변을 서성이던 이모(20)씨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옷 보따리를 들고 인근 화장실로 달아났다.
이씨는 지난해말 출소한 뒤 PC방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한 달 만에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훔쳤지만 화장실에서 펼친 보따리에 안에는 여성용 옷뿐이었다.
이씨는 결국 보따리를 버리고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새터민인 이씨는 2010년 한국에 왔다.
갓난아기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씨는 먼저 탈북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내성적인 이씨에게 낯선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새터민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고교 과정을 마치고 전문대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몇개월 만에 그만뒀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만난 새 가족도 낯설었고 가정형편도 여전히 어려웠다.
불편한 집에서 무작정 나왔지만 이씨는 별다른 돈벌이를 찾지 못했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 거리를 헤매다가 다른 사람의 차량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적게는 동전 몇개에서 많게는 몇만원까지 훔쳐 PC방에서 지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거리로 나가기를 반복했다.
결국, 지난해 말 경찰에 붙잡혀 상습 절도 혐의로 구속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출소했다.
이씨는 출소 후에도 절도를 멈추지 않았고 옷 보따리까지 훔치며 PC방을 전전하다가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현장 CCTV에서는 물론 검거 당시도 이씨는 똑같은 패딩 점퍼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당 기간 목욕도 하지 못했고 얼굴도 수척해 보였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이씨를 상습 절도 혐의로 13일 구속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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