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벌 샤오젠화 조사 후폭풍…증권일보 사장 면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고위층과의 연계설로 홍콩에서 실종돼 중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샤오젠화(肖建華·46) 중국 밍톈(明天)그룹 회장 사건의 후폭풍이 언론계까지 확대됐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지정 뉴스보도 매체인 증권일보의 셰전장(謝鎭江·63) 사장이 최근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사장직에서 면직되고 당적에서도 제적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중국 차이신(財新)망은 13일 보도했다.
증권일보는 지난달초부터 '각종 경제문제'로 인해 당국의 감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차이신망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증권일보 감사와 셰 사장 면직이 모두 샤오젠화 회장의 조사 협조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증권일보 모회사인 증권전매(傳媒·미디어)는 지난해 12월30일 셰 사장이 개인적 사유로 증권일보 이사장 직무를 맡지 못하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증권전매는 '중대 정보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달 4일부터 주식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증권일보는 2000년 10월 창간돼 경제일보 소속의 증권전문 매체로 있다가 시장화를 추진하면서 '베이징 중헝성(中恒盛) 증권신문업발전 유한공사'를 모회사로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이후 '증권전매'로 개칭하고 2015년 2월 비상장주 시장에 상장했다.
증권전매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1대 주주와 실제 소유주가 지분 23.1%를 가진 증권일보사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샤오 회장의 밍톈그룹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파악된다.
2대 주주인 산시(陝西) 란퉁(藍潼)투자유한공사, 3대 주주인 상하이 런광(人廣)실업발전유한공사, 7대 주주인 헝타이(恒泰)증권이 모두 밍톈 계열·관계사로 이들의 지분 총액은 36.0%에 이른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기타 주주 중에도 밍톈그룹과 행보를 같이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밍톈은 초기부터 신문사의 경영과 취재, 편집까지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일보 관계자도 "초기 시장측 투자자들의 배후에는 모두 밍톈그룹이 있었고 경영책임자도 줄곧 밍톈그룹에서 직접 파견돼 왔다"며 "우리가 밍톈에 장악돼 있다는 것은 사내의 공개적인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증권일보내에는 또 밍톈그룹 관계사에 대해서는 부정적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증감회가 2013년 7월 선전(深천<土+川>)에서 좌담회를 열어 밍톈그룹 계열 헝타이증권의 자산관리 문제를 지적하자 각 경제매체가 이를 보도했으나 증권일보만 헝타이증권을 옹호하는 내용의 보도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샤오 회장이 중국에 들어간 지 1주일여만에 마젠(馬健·60)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식 개시되는 등 고위층 수사로 확대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지난 10일 전국 증권선물공작 감독관리회의에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자본시장의 큰 악어들"을 잡아들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자본시장의 큰 악어(資本大鰐)'들이 증시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개인투자자들의 피를 빨아먹고 가죽을 벗기는 일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 회장처럼 거대 자본으로 주식 시장을 교란시키는 재계 거물들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로 해석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누나를 포함해 중국 최고위층의 재산증식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샤오 회장은 최근 2015년 증시 폭락 사태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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