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항마 나발니 "크렘린 방해 뚫고 내년 대선 꼭 출마"

입력 2017-02-13 09:44
푸틴 대항마 나발니 "크렘린 방해 뚫고 내년 대선 꼭 출마"

피선거권 박탈 위기…"정권 공작에 국민 절반이 내 존재도 몰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0)가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도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나발니는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크렘린궁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해할 때까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나를 후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과는 더 나빠질 것"이라며 "내가 하는 것은 권력 교체를 위해 정치적 운동이다"라고 강조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재출마와 당선이 유력시되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8일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5년 징역형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내년 대선 출마가 어렵게 됐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나발니는 "이러한 법적 문제들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므로 상관없다"며 "러시아 정부는 (푸틴에 대적할)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선거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3년 7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같은 횡령 혐의로 첫 기소돼 징역 5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탄하는 반발 시위가 이어지자 법원은 수감된 지 하루 만에 나발리를 임시로 석방한 바 있다.

이후 선거에 나선 나발니는 푸틴의 지지를 받은 후보에 패배했지만, 주류언론의 외면과 후원금 부족에도 불구하고 27%의 지지율을 얻는 선전을 했다.

나발니는 현재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2곳에만 선거사무실을 차렸지만 1천500만 루블(약 3억 원)의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2만5천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여름까지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77개 도시에 사무실을 차릴 것이라며 "우리가 10번째 사무실을 열 때쯤이면 (러시아 정부의) 압박 수준이 명백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출마에 대한 요구가 내가 원하는 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이는 러시아 정부의 방해공작으로 국민 50%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권 정치인 중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은 푸틴이 언론을 장악하기 전인 1990년대 활동했던 이들뿐이라며 정부의 견제가 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에 대한 지지율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나발리가 내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지난 2011년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과 푸틴 대통령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면서 반(反) 푸틴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푸틴 정권 인사들의 비리와 부패를 폭로하는 일을 계속하며 내년 대선에서도 푸틴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로 점쳐져 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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