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대혈 불법 시술' 차광렬 회장 자택 등 압수수색
"제대혈 시술받은 차 회장 일가도 처벌 가능" 판단한 듯
(성남=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경찰이 연구용 제대혈을 불법 시술받은 의혹을 받는 차광렬 차병원 그룹 총괄회장과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13일 오전 분당서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수사관 30여명을 동원, 분당 차병원, 차 회장 자택,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강모 교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강 교수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연구 목적과 관계없이 차광렬 회장과 차 회장 가족에게 제대혈 시술을 한 혐의(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연구 목적 외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대혈을 사용한 경우, 이 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차병원 제대혈 불법 시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간 보건복지부 관계자 참고인 진술, 병원 관계자 진술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법률검토를 마친 경찰은 제대혈 시술을 받은 차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 차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수사착수 당시 경찰은 "현재로선 관련 법상 시술을 해 준 강 교수만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차 회장 등 시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애매해 법률검토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혈 관리법 5조 1항(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하고 제대혈 시술을 교사ㆍ알선ㆍ방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따라 시술을 받은 차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 회장 일가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피부 노화방지(재산상의 이익)를 위해 강 교수에게 제대혈은행장 자리를 보존해주는 등의 반대급부를 부여하고 불법 시술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압수수색이 끝나는 대로 자료를 분석해 형사 입건 대상자를 가릴 계획이다.
제대혈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으로,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연구용으로 기증한 경우 치료·연구 목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투여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말 복지부 조사결과, 차 회장 부부와 차 회장의 부친인 차경섭 명예 이사장 등은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모두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대해 진료기록부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강 교수를 수사 의뢰하는 것과 별도로, 차 회장과 가족에게 제대혈을 제공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장에 대해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의 지위를 박탈하고, 2015년 이후 지원한 예산 5억1천800만원을 환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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