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연계의혹 플린 버리나…백악관 "말할 입장 아냐"

입력 2017-02-13 05:13
트럼프, 러시아 연계의혹 플린 버리나…백악관 "말할 입장 아냐"

美안보사령탑, 러 대사와 잇단 접촉서 '對러 제재 해제' 논의 의혹 파문

밀러 정책고문 '트럼프, 플린 신임' 여부에 "트럼프에 물어보라"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안보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등 러시아와 연계됐다는 강력한 의혹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정권 실세로 여겨지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12일(현지시간)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플린 보좌관의 거취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흐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자 플린 보좌관의 입지를 둘러싼 풍문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밀러 고문은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플린 보좌관과 키슬략 대사와의 접촉을 둘러싼 백악관의 분위기에 대해 "전해줄 뉴스가 없다"며 말을 아껴 플린 보좌관을 적극적으로 엄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나와 앵커 척 토드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플린을 신임하는가"라고 묻자 "백악관 동료들이 말할 것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 해야 할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앵커 토드가 거짓말이 경질 사유가 되느냐고 질문하자 밀러 고문은 "가정적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민감한 문제"라며 "플린은 미국을 위해 훌륭하고 탁월하게 봉사했다"고 비켜갔다.

앵커 토드가 거론한 '거짓말'은 '대 러시아 제재 해제' 부분이다.

플린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29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개입 해킹사건'의 보복으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제재를 취한 이래 다각도로 키슬략 대사를 접촉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자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재 해제 문제는 거론한 바 없었다고 내부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밀러 고문조차 대통령이 플린을 지켜줄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플린 보좌관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연계 의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는 것도 백악관으로서는 부담이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플린 보좌관의 기밀취급권을 중단 또는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연방수사국(FBI)에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금전·정치·개인적 관계를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민주당 의원도 플린 보좌관의 기밀취급권 취소가 적절한 조치라고 가세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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