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응원 "나는 보통 선수…당신은 국가대표"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김인식 감독과 반가운 대화
(나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12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공항 입국장을 나서기 전, 김인식(70)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과 반갑게 인사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눴다.
당연히 WBC도 화두에 올랐다.
하지만 입국장을 나서는 순간, 이승엽과 김인식 감독은 다른 길로 향했다.
이날 WBC 대표팀과 같은 비행기로 오키나와에 들어왔지만, 이승엽은 소속팀 삼성 캠프에서 훈련한다.
이승엽은 'WBC 대표팀을 위한 조언'을 묻는 말에 "저 선수들은 국가대표고 나는 보통 선수다"라며 웃음으로 답을 피했다.
앞서 이승엽은 "대회 전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와도 대회를 시작하면 힘을 내는 게 한국 대표 선수들"이라며 WBC 대표팀에 신뢰를 보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오랜 기간 국제대회에서도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다.
WBC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은 2006년 1회 WBC 일본과 1라운드 결승전에서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 이승엽은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통렬한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미국전에서는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홈런을 작렬했다.
이승엽은 당시 5홈런으로 초대 WBC 홈런왕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이승엽이 정말 중요할 때 한방을 쳤다"고 회상했다.
불혹을 넘긴 이승엽도 국제대회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진 못했다. 그는 마지막 국가대표로 참가한 2013년 WBC에서 한국이 예선 탈락 고배를 마시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설욕전은 후배들에게 맡긴다.
대신 이승엽은 또 다른 마지막을 착실하게 준비한다.
이승엽은 올해가 끝난 뒤 은퇴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은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시즌에 돌입해야 마음이 달라질 것 같다"며 "더 많은 홈런을 노리고 테이크백 자세를 크게 하는 타격 자세로 바꾸려다 지난해 타격 자세를 좀 더 완벽하게 다듬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팀 성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쪽으로 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25일부터는 평가전에 출전해 실전 감각도 다듬는다.
이렇게 이승엽은 한국 팬과의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며, 태극마크를 단 후배들을 응원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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