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클 게 뻔한데"…재계, 상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

입력 2017-02-12 16:57
수정 2017-02-12 17:01
"부작용 클 게 뻔한데"…재계, 상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상법 개정안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 부추길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

"이대로 입법이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다"(대한상공회의소)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상법 개정안의 일부가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일 상법 개정안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등을 전향적으로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에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 권리 보호,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들에게 좋은 일만 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과거 소버린과 SK의 경영권 분쟁 당시 사례를 대표적으로 거론한다.

2003년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지분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했다.

당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한 반면, 의결권 3% 제한에 묶여 있던 SK 최대주주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았다.

현재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재계는 '제2의 소버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도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 1940년대에 22개 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다가 기업사냥꾼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한 뒤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던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외국 투기펀드들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제도를 왜 성급히 추진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투명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기업 경영의 자율성, 경영 정보 보호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대한상의 등 재계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보다 지난해 정부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적극 행사를 위해 추진했던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개별 기업들이 준법지원제도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준법경영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기업 옥죄기용' 법안"이라며 "다른 나라에 도입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 뻔한, 유례 없는 규제를 도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반기업 정서가 높아진 상황을 틈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법안을 무턱대고 통과시킨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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