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감독 "작년 우승팀인데 '고춧가루 부대' 창피"
(안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작년 우승팀인데 '고춧가루 부대' 소리를 들으면 창피하죠."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김세진(43) 감독이 씁쓸하게 웃었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 왕관을 쓴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겼다. 이미 '봄 배구'는 좌절됐다.
11일 현재 5승 23패(승점 15)로 7개 구단 중 꼴찌다. 6위인 KB손해보험(10승 18패·승점 33)과의 격차도 크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6개 구단이 상위권과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최약체인 OK저축은행에 발목이 잡히면 경쟁에서 확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12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KB손해보험과 홈 경기에 앞서 '고춧가루 부대'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상대가 어떤 팀이고 누가 봄 배구를 할 수 있는지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며 "작년 우승팀인데 '고춧가루 부대' 소리를 들으면 창피하다"고 했다.
'특급 용병' 로버트랜디 시몬(쿠바)이 팀을 떠나고 주축 토종 선수들도 부상에 시달리면서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깊은 수렁에 빠졌다.
OK저축은행은 지난 3일 한국전력을 제압하기 전 8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화재의 전성시대를 이끈 스타 선수였다.
그는 "선수 시절 2연패까지만 해봤다"면서 "3연패를 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며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에는 하는 데까지 해보고자 한다"며 "승패에 너무 매달리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릴까 봐 그런 얘기는 자제하지만, (몸과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서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타이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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